그날의 충격과 배운 교훈
2월 초, 설 연휴가 끝난 뒤 다시 업무 루틴을 잡아보겠다고 아침부터 동네 카페로 향했다.
이날의 첫 업무는 오랫동안 미뤄왔던 이모티콘 제작.
기획과 스케치는 이미 끝난 상태였고, 이제 제작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클립스튜디오(이하 클튜)에서 페이지 생성 오류가 계속 발생했다.
앱을 재부팅하고, 아이패드도 껐다 켜봤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남자친구에게 물어보니 본인도 예전에 이런 적이 있었는데, 앱을 삭제했다가 다시 설치하니 해결됐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하면 되겠지 싶어서 앱을 삭제하려는데, '앱을 삭제하면 데이터가 삭제될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문이 떴다. 순간 멈칫했지만, 단순히 앱 데이터만 삭제되는게 아닐까하고 넘어갔다.
(핸드폰에서는 앱을 삭제해도 관련 파일은 남아있으니까...)
결과는 참혹했다.
클튜를 다시 설치하고 확인해보니 모든 파일이 사라졌다.
3년동안 작업했던 이모티콘 승인자료와 미승인 자료들, 드로잉 클래스 자료, 아직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캐릭터들까지 모두 날아갔다.
클립스튜디오 내에서 관리하던 모든 파일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놀랍게도 나는 3년동안 백업을 한 번도 하지 않았고, 아이클라우드나 구글 클라우드에도 저장된 자료가 없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고 머리가 하얘졌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이라도 복구 프로그램을 찾아보고, 복구 업체에도 전화해보고, 애플 A/S 매장까지 방문했다. 하지만 모두 실패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클립스튜디오 Q&A 창을 확인해보니, 나와 같은 오류를 겪은 사람들이 있었다. 알고 보니 이 문제는 내 아이패드의 문제가 아니라 클립스튜디오의 업데이트 버그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분노와 허탈함이 밀려왔다. 좀만 더 참을걸,,,
처음 파일이 삭제된 걸 확인했을 때는 마치 마라톤에서 20km를 달려왔는데 갑자기 출발선으로 돌아가 다시 뛰라는 통보를 받은 기분이었다. 그동안 쌓아온 노력과 결과물까지 리셋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잃은 건 자료일 뿐이야. 실력은 3년 전과 달라."
자료는 사라졌지만, 나의 경험과 노하우는 여전히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쁘지 않아!'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번 일을 통해 두 번 다시 이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 작업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1. 백업은 필수!
매일은 어렵더라도 한 달에 한 번은 외장하드와 클라우드에 주기적으로 백업하기로 했다. 파일 회고를 통해 정리하는 습관도 들여야겠다고 다짐했다.
2. 클립스튜디오 초기 세팅 정리하기
이번에 클립스튜디오를 재설치하면서 단축키와 팔레트 세팅, 오토액션 등이 모두 날아갔다. 그래서 언제든 다시 세팅할 수 있도록 초기 설정 방법을 정리해두었다.
다음 글에서는 새롭게 정리한 클립스튜디오 초기 세팅 방법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이 글이 나처럼 자료를 잃어본 적 있는 분들에게, 클튜를 이제 막 입문하시려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3년치 자료를 잃은 경험은 고통스러웠지만, 그 덕분에 내 위치와 실력, 그리고 작업 방식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 철저히 준비하며 작업하려 한다.
참고로 남자친구가 "다시 설치하니까 되던데?"라고 말했던 이유는...
남자친구는 평소 주기적으로 파일을 백업하고 정리하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건 이후 엄청 미안해하며 베이글과 연어, 육회를 사줬는데... 덕분에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