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모닝루틴이 가져온 삶의 변화

by 만능다람쥐

굳이 모닝루틴을 하는 이유


지난 글에서 말한대로 나의 모닝루틴은 자의로 시작된 건 아니다.

벌칙이었다. 약속이었기에 한 것 뿐이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걸 일주일만에 이 루틴에 익숙해지고 또 한번 깨달았다.

모닝루틴을 일주일정도 해보니, 조금씩 삶에 변화가 생기는 걸 느꼈다.


첫째, 하루동안 일할 집중력이 예열되는 시간이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발견한 나의 특징 중 하나는 집중을 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는 것이다. 아침 루틴을 시작하기 전에 따라오던 고민은 '처음 집중이 잘 안되어서, 에너지는 쓰는데 일의 진전이 없다는 것'이었다. 근데 아침루틴을 하고 나서부터 달라졌다. 일과 관련이 없는 활동인데도, 루틴을 하고 나면 집중력이 어느정도 올라와있고, 이후에 아침을 먹고 세안을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아도 다시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었다.

이런 경험에 대해 생각을 하던 중 유튜브 '요정재형' 채널에 나온 '강풀 작가님'의 말씀을 듣고 저거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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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바닥에 토를 해놓았든 똥을 바닥에 싸놓았든 신경안쓰고 바로 작업을 해. 그리고 나서 고양이 똥 치워주고 커피내려 마시고 하잖아, 그럼 돌아올 수가 있더라고. 시작을 안 해놓으면 돌아오질 못해 그거 진짜 중요해.
- 요정재형 '강풀작가편' 내용 중 -


이 말이 내 모닝루틴과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닝루틴을 한다고 집중력이 올라간 건 아닐거다. 아마 아침 시간은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만든 시간이라는 점에서 더 주도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일 것같다. 내가 '굳이' 이 시간에 왜 일어났지?를 생각해보면 일을 할 때처럼 딴 짓을 하기보다 내가 정한 활동에 집중하게 된다.


두번째, 내면의 여유로움이 생긴다.


나는 극강의 효율을 추구한다. 현관을 나가기 전에 모든 동선과 버스 승차정보를 확인하고, 일을 할 때에도 1시간, 30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서 일을 한다. 그러다보니 하루를 살아가면서 촘촘하고 숨 가쁘게 달려가는 기분이 든다. 이 상태가 지속이 되면 문제는 내면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내 생각, 기분, 감정을 살피지 못하고, 일과 중심으로 살게 된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분명 잤는데, 숨이 차는 느낌이 든다.


모닝 루틴을 하면서는 내면에 여유로움이 생겼다. 아침의 1시간 30분은 효율을 추구하지 않고 느리면 느린대로, 빠르면 빠른대로 두기로 했다. 천천히 내 상태와 생각을 글로 기록하고, 좋아하는 책을 읽고 나면, 경보로 달려가던 삶의 속도가 느린 걸음으로 바뀌게 된다.


이 느낌을 글로 표현하는 게 참 어려워서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 여전히 마땅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계속 고민해보면서 좋은 표현이 떠오른다면 다시 고쳐보겠다...


느슨하게 모닝루틴을 이어가기


요즘 내 삶의 추구미는 '느슨함'이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로 살아왔던 지난 날을 돌아보니 완벽주의는 꾸준함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닝루틴도 하다보면 못 지키는 날이 온다. 명절 연휴나 약속이 있는 날에는 어쩔 수 없지만 반드시 깨진다. 그렇게 하루 이틀 길게는 일주일을 빼먹기도 한다. 처음엔 '아 이제 끝이구나' 싶었다. 루틴이 깨지는 건 쉽지만, 다시 잡아가는 건 어렵다고 생각했고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루틴에 돌아올 순 없어도 돌아오긴 돌아오더라. 그리고 그 시간이 그렇게 길게 걸리지도 않았다. 한 3일? 그래서 잠이 부족한 날에는 그냥 잠을 자기도 하고, 늦잠을 잔 날에는 1시간만 하기도 한다.

루틴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매일매일 지켜서 동그라미가 가득채워진 한달, 일년을 보내는 게 아니다.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잡아주는 도구였다. 그래서 느슨하게라도 계속 이어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제 모닝루틴은 잡힌 것 같으니, 앞으로는 나이트 루틴을 세워보려고 한다.

나이트 루틴이 주는 장점이 또 있을 거라 생각하고 어떤 활동들로 채워나갈지 고민과 함께 기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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