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글쓰기 챌린지 2(오글챌)
집이란 뭘까. 아직까지 집을 가져본 적은 없다. 내 방은 가져봤다. 부모님 집 안의 내 방, 부모님은 방이 없는데 나는 방을 가졌다. 언젠가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문득 부모님은 방이 없단 걸 깨닫곤 많이 충격을 받았는데. 자식이란 뭘까.
지금은 본가에 산다. 어릴 적엔 남양주 어딘가의 작은 빌라에 살다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지금의 집으로 이사 왔다. 서울의 끝에 산다. 중학생 때는 너무 이사가 가고 싶었다. 학생 땐 별거 아닌 일에도 남의 눈치나 외부에서 날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굉장히 많이 신경 썼고 그게 참 피로했다. 그래서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새로 시작하고 싶다 --> 이사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우리 집은 지극히 안정적인 분위기였다. 아빠는 성실히 회사생활만 하셨고, 엄마는 오랜 기간 가정주부를 하셨다. 빚을 내서 무엇을 산다거나 투자를 하는 집은 아니었다. 있는 만큼의 돈으로 생활하는 그런 집이었다.
집이 서울에 있었고 근처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나오고 서울 어딘가의 대학을 다녔기에 자취를 할 일이 없었다. 교환학생 1년과 해외 인턴 6개월을 제외하곤 계속 본가에 살았다. 밖에서 사는 건 추가적으로 돈이 드는 일이니 낭비라고 생각했다. '독립'을 생각한 건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주변의 자취하는 동료나 친구들의 공간을 방문하면서부터였다. 게다가 그 무렵 대출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어서 돈이 없는 나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생활 5년 차, 독립을 하거나 차를 사고 싶었다. 연초에 임장도 다니며 결의를 다졌지만 퇴사를 해버렸다. 당분간 독립은 없겠구나 싶었다. 퇴사 계획 중 하나가 지방 소도시에 한 달 살이를 하는 것이었다. 사실 계획이 생겨서 퇴사를 할 수 있던 거였다. 그게 없었더라면 그 회사를 꾸역꾸역 더 다녔을 것이다.
한달살이 초반엔 게하에서 머물렀다. 두어 달 지내다 보니 그 지역에 더 머무르고 싶었다. 또 내 공간이 있었음 했다. 그 지역에선 대출을 받지 않아도, 적당한 월세를 내고 혼자 살기에 좋은 집을 구할 수 있었다. 퇴사하고 자취라니! 그렇게 서른 살에 직장도 없이, 연고 없는 지역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혼자 산 몇 년은 나를 채워주고 스스로에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가치, 좋아하는 일, 그냥 살아도 좋은 시간이었다. 루틴을 만들어주고, 건강한 생각과 몸을 실천할 수 있게 했다. 사회적 나이에 기대어 살다가 기준을 내게로 가져올 수 있던 중요한 시간이었다.
타지에서 유유자적 생활하다 서울로 돌아오니 직업도 없는 지금 선뜻 그 삶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자유롭게 1인 가구로 살다가 다시 가족들과 생활하는 본가로 들어오니 생각해야 하는 것들, 보이지 않는 규칙도 보인다. 반대로 명확한 장점도 있다. 엄마의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밥을 하지 않아도 됨), 집안일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있다는 것(그러면 안 되지만 혼자살 때보다 수동적인 인간이 된다), 강아지와 함께한다(본가에는 시츄가 있다) 등.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내 통제를 벗어난 많은 것들에 불편함을 느낀다.
독립하고 싶다!
아니 그보다도 돈 벌고 싶다.
회사 생활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