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독일에서 한달 살기
먹고 마시기 전에 작업이야기 먼저.
지난 한 주동안, 월화수목금금금 저녁늦게까지 일을 했다.
작품을 흙으로 만들기 위해 석고 몰드를 만들고 그 작업이 토요일 밤까지 계속되었다. 석고몰드라는 것은 석고의 특성상 물기를 잘 흡수하는데, 물기를 잘 흡수하기 위해서는 몰드를 일단 잘 말려야한다.
그런데, 일단 독일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석고가 최상품이 아니었다. 석고의 최최상품은 치과에서 쓰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게까지는 필요없고 도자기도 좋은 품질의 석고를 사용해야 몰드가 곱고 단단해서 도자기 만들기에 적합한 상태가 된다. 그런데 일단 내 경험상 여기 석고는 질이 별로였다. 너무 성글다는 느낌이고 잘깨지고 입자가 곱지 않았다.
아무튼 그래서 힘들게 만든 몰드가 3개나 깨졌다. 원래는 2개만 깨졌는데, 내 부주의로 또 하나를 저 세상으로.
End of the world는 아니다. 항상 정신을 바짝차리고 솟아날 구멍을 찾는것이 도예가의 기본자세이다. 물론 스트레스 노노.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다스린다.
조금 말리고 나서 본드로 붙였다. 본드로 붙여도 일단 깨지면 더 깨지고, 금이 간 부분을 다시 흙으로 만들면서 정리해야 하므로, 일이 2배로 많아지긴 했어도 어쩔 수 없으니까. 다 내탓이오.
처참한 광경은 바로 아래에.
그런데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라고, 이 곳에는 석고 드라이어가 없었다.
석고는 실온에서 말릴 수 없다. 보통은 50도 정도로 유지되는 드라이어 캐비넷이 있어서 2일 정도 넣어놓거나, 가마가 돌아간다면, 가마 위에다 놓아서 뜨거운 열기로 말린다. 현재 여기는 이 두가지가 모두 불가능해서 히터 위에 말렸다. 그런데 이마저 히터가 너무나 약한것. ㅜㅜ 오랫만에 햇님이 반짝거려 가든에도 놓아보고 별짓을 다했는데도 별 소용이 없었다.
몰드를 제대로 안말리고 작업하면 흙의 수분으로 인해 몰드가 더 촉촉하게 되기 때문에 처음에 잘 말리고, 또 작업 중 시시때때로 말려줘야 한다.
결국에는 이리저리 하루종일 뛰어다니다가 숙소 화장실 히터에 말렸는데, 너무나 잘 말랐다!! 죽으라는 법은 없나보다.
유럽은 전기세, 가스세 등이 비싸서 집이 대체적으로 춥다. 우리나라처럼 보일러 빵빵하게 틀어놓는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전기낭비에 너무 덥다고 여긴다. 그래서 히터도 막 틀기 눈치보였는데, 에라모르겠다하며 틀었던 것이다. 이것때문에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면 안되니깐.
그나저나,
일주일 내내 열심히 일했으니 이제 먹고 마시러!! 고고고
독일에 왔으니 독일맥주집.
그런데 슬픈 도예가는 술을 한방울도 못마신다. 일본에 가서 생선 못먹고(생선알러지), 독일가서 맥주 못마시는 운명.
그대신 와인을 닮은 체리주스를 마셨더랬다. 쩜쩜쩜.
레지던시 센터는 뭐 어딜 놀러갈 수 있는 시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서 정말 그 건물에만 있다. 하루에 한 번씩 산책나가고 집에서 밤에 자기 전에 요가하는 것이 전부. 귀찮아도 음식을 요리해먹는다. 아래는 뭐먹고 살았나 나의 보고서랄까.
유럽에서 정말 그리웠던 것 하나가 유럽빵. 유러피안 특유의 딱딱한 발효빵을 좋아하는 나로는 한국의 단맛이 도는 빵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 탄수화물 많이 먹으면 건강에는 안좋지만, 그래도 온김에 이것저것 먹고 있다. 이번에는 여행가방도 텅텅비어서 한국에서 음식도 많이 가져와서 종종 먹었다. 이런 한식부자여행이라니. 처음 겪는 일이다.
영국에서 정말 좋아하던 Alpro Soya Yogurt도 큰 통으로 하나사고 (두유 요거트인데 플레인도 시큼한 맛이 없어서 나는 정말 좋아한다) 큰맘먹고 유러피안 망고도 사고. 애플망고인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영국에서도 이 망고만 먹었다. 동남아 망고보다는 단단하고 약간 빨갛고 초록색이다. 내가 너무 좋아한다. 간만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재료를 가득 사서 심플하게 요리해먹으니 몸이 가볍다. 온갖 조미료에서 해방되어 Clean Eating도 하고 나름 만족스럽다.
프랑스작가에게 필라프 냄비밥 하는 법도 배웠다. 냄비밥은 한 번도 안해보았는데 프렌치 스타일 냄비밥은 생각보다 무지 쉬워서 신기했다. 이제 어디가서 밥솥없이도 냄비로 밥을 해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나는 밥(쌀)을 안먹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 이번에는 햇반 몇 개만 가져왔는데, 이제 냄비밥 스킬도 배웠으니 어딜가도 천하무적!
그리고 유럽에서 햇볕이 난다는 곳은 곧 바베큐를 의미한다!!
태양은 있을 때 즐기는 것이라며.
소세지 위에 옆에 있는 고기는 내가 간장이랑 넣고 불고기 스타일로 만들었는데, 하필이면 간장이 모잘라서 풍미가 잘 안났다. 일요일은 독일 수퍼마켓이 모두 문이 닫으므로 어쩔 수 없었던 상황. 먹고 먹고 또 먹고, 남아서 냉장도에 쟁겨놨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 고기를 먹을 예정이다. 나는 Paleo Diet를 꽤 오랫동안 했던 사람으로 ㅎㅎㅎ 고기를 좋아한다. 생선 알러지가 있어서 먹을 수 있는 것은 고기 뿐이라며.
오늘도 열심히 먹고 마시고 사랑하세요.
To be continued!
김선애 도예가에 대해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dojaki/7
독일도자기로드에 대한 포스팅 시작은^^
https://brunch.co.kr/@dojaki/66
선애킴 홈페이지
BLOG (이전블로그)
http://bakedpottery.tistory.com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