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략의 미래 – 통제에서 감응으로

27년차 전략가의 사색

by 도진
통제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울림을 설계해야 한다.


전략은 늘 본사에서 시작된다.
계획은 연 단위로 세워지고, 보고서는 수십 페이지를 넘긴다.
하지만 세상은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시장은 어제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전략을 연간 계획에 담아 움직인다.
그 리듬, 어딘가 어긋나 있다.


지주사 전략실은 기업 전략의 최상위 조직이다.

그곳에서 큰 방향을 정하고, 자원을 배분하고, 위험을 관리한다.
그러나 요즘, 전략실은 점점 ‘그들만의 논리’로 보이기 시작했다.

보고서는 정교한데, 현장에선 잘 보이지 않는다.
계획은 탄탄한데, 실행은 더뎌진다.


이제는 물어야 할 때다.

지주사 전략실은 지금도 여전히 필요한가?
아니면 방식이 달라져야 하는가?



GE: 전략이 오히려 기업을 가둔 경우


잭 웰치 시절의 GE는 전략의 전형이었다.
모든 사업은 분석되고, 수익성과 시장지위에 따라 재편되었다.
1등 아니면 철수’라는 문장은 전략실의 판단을 상징했다.
수많은 경영자가 GE 전략실을 벤치마킹했고, 실제로 그 전략은 한동안 잘 작동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세상이 바뀌자,
GE의 정교한 전략은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에너지 전환, 디지털 대전환, 금융위기—예상할 수 없는 변화가 잇따랐지만
전략의 리듬은 느렸고, 반응은 더뎠다.
결국 GE는 분할되었고, ‘전략의 모범’이라는 이름도 내려놓게 되었다.


계획은 있었지만, 감응은 없었다.
시장이 바뀌고 고객이 변해도, 전략은 자신들의 계산을 고수했다.
그 결과는, 전략이 더 이상 살아 숨 쉬지 못하는 구조였다.


Alphabet: 통제가 아닌 울림을 설계하다


반면 Alphabet은 전략이 없다 말하면서,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기업이다.
이 회사에는 GE처럼 촘촘한 전략 문서도, 본사 차원의 일방적 지시도 없다.
대신, 실험이 있고 연결이 있다.


Waymo, Calico, DeepMind…
각 사업은 자율적으로 움직이며, 시도하고, 실패하고, 배우기를 반복한다.
본사는 실패를 용인하고, 성공을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결정은 현장에서 이뤄지고, 전략은 그 결정들 사이에서 점점 선명해진다.


Alphabet의 전략실은 통제자가 아니다.
오히려 구조 설계자에 가깝다.
정해진 길을 안내하기보다,
각 팀이 리듬을 찾도록 공간을 열어준다.


그들이 만든 건 전략이 아니라 질서다.
감응할 수 있는 구조, 울림이 전해지는 조직.
그 질서가 Alphabet을 미래로 이끌고 있다.


전략실은 더 이상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


통제 기반의 전략실은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유리했다.
예측이 가능하고 반복이 많은 환경에서는 통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속도가 빨라지고, 변수는 많아지며, 실험이 일상이 된 시대다.
이런 시대에 전략실이 모든 것을 판단하고 통제하려 하면
결국 조직 전체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략실이 조직의 ‘귀’가 되고 있는가, ‘입’이 되고 있는가다.
아직도 전략실이 명령을 내리는 입이라면, 그 조직은 이미 느려진 것이다.
이제는 가장 먼저 듣고,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귀가 되어야 한다.
조직이 내는 미세한 신호를 감지하고, 변화의 울림을 먼저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감응하는 전략조직이 되어야 한다


좋은 전략은 정답을 말해주는 전략이 아니다.
조직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리듬이다.
그 리듬은 통제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경청과 연결, 실험과 성찰에서 나온다.


이제 지주사 전략실은
“정답을 만드는 조직”이 아니라 “질문을 바꾸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어떤 시장에 진입할 지보다,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지를 묻는 조직.

어떻게 통제할지를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함께 울릴지를 고민하는 조직.


전략은 결국 ‘함께 움직이는 힘’이다.
그 힘을 만들기 위해, 지주사는 더 많이 듣고, 더 유연하게 연결해야 한다.
리더십의 중심에서, 울림의 진원지로 나아가야 한다.


마무리하며 – 전략은 살아 있어야 한다


나는 전략을 오래 해왔다.
그래서 안다.
좋은 전략은 늘 살아 있는 전략이다.
서랍 속에서 먼지 쌓이는 전략은, 아무리 논리적이라도 죽은 것이다.
실행과 호흡하고, 사람과 연결되며, 조직과 함께 진동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전략은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지주사 전략실이
여전히 중요한 자리라면,
이제 그 존재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통제가 아닌 감응, 명령이 아닌 공명,
정답이 아닌 리듬.


앞으로의 전략은, 그 울림 속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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