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인재들이 오지 않는 이유
“대표님, 이제는 전기차 경험이 있는 사람을 모셔와야 합니다.”
연구소장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창업자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한숨이 깊어졌다. 공고를 내도 지원자는 드물고, 어렵게 영입해도 오래 버티지 않는다. 남아 있는 건 20년 넘게 함께한 충직한 직원들이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두려움과 피로가 서려 있었다. 사람이란 단순히 일손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불씨였다. 하지만 그 불씨가 꺼져가고 있었다.
이 회사는 오랫동안 내연기관 부품으로 성장해 왔다. 직원 대부분은 그 길을 함께 걸어온 이들이다. 그들은 성실하고 기술에 능숙했지만, 혁신보다는 안정에 익숙했다. 전기차 부품이라는 낯선 세계는 그들에게 위협으로 다가왔다.
회의 자리에서 “우리는 해본 적이 없는데요”라는 말이 반복됐다. 창업자는 답답했지만, 쉽게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수십 년 동안 회사를 떠받친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익숙한 사람들만으로는 낯선 미래를 열 수 없다는 것을.
“왜 우리는 좋은 인재를 못 데려오는 걸까?” 창업자의 질문에 인사팀장은 고개를 떨구었다. 젊은 인재들은 이 회사를 매력적으로 보지 않았다. 대기업은 안정적이고, 스타트업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 중견기업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
한 번은 유망한 전기차 전문가를 어렵게 영입했지만, 그는 6개월 만에 회사를 떠났다. “권한이 없고, 변화에 대한 의지가 약한 조직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라는 말이 뒤에 남았다. 사람을 뽑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들이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회사는 뒤늦게 깨달았다.
혁신은 거창한 기술 개발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혁신은 새로운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 방식 말고 다른 길은 없을까?” “고객의 문제를 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있을 때, 회사는 변화를 향해 나아간다.
그러나 이 회사에서는 그런 질문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오랫동안 같은 방식으로 일해온 직원들은 질문보다는 답을 원했다. “대표님, 정답을 알려주십시오. 우리는 그대로 실행하겠습니다.” 사람이 질문을 멈추는 순간, 조직은 정체된다.
더 뼈아픈 문제는 인재의 이탈이었다. 젊은 직원들은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찾다가 회사를 떠났다. 남는 건 안정과 익숙함을 원하는 사람들뿐이었다. 물론 그들 덕분에 회사가 굴러가지만, 미래를 개척하는 힘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창업자는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우리는 남아 있는 사람을 붙잡느라, 떠난 사람의 이유를 묻지 않았다.” 사람의 문제는 단순히 채용이나 이탈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곧 회사가 어떤 미래를 향해 가고 있는가, 그 길에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밤늦게 사무실에 홀로 남은 창업자는 오래된 단체 사진을 바라보았다. 내연기관 시대의 성공을 함께한 얼굴들이었다. 그들의 헌신과 땀방울은 여전히 빛났지만,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눈빛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사람이란 단순히 자원(resource)이 아니라, 불씨(fire)다. 그 불씨가 꺼지면, 아무리 많은 돈과 좋은 시스템이 있어도 불을 붙일 수 없다. 기업의 미래는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제 리더가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어떤 사람과 함께, 어떤 질문을 던지며 미래를 만들 것인가?”
창업자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혁신의 불씨를 꺼뜨릴 것인가, 다시 피워낼 것인가. 그것은 사람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마음 한켠에는 다음 과제가 자리했다. 돈과 사람을 확보했지만, 이 힘을 온전히 발휘할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기업의 성장은 공허한 꿈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
이번 이야기에서 확인했듯, 사람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조직에 질문과 변화를 불어넣는 불씨다. 하지만 그 불씨가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는, 돈과 사람을 뒷받침할 체계적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 편에서는 바로 ‘중견기업의 함정④ – 시스템, 보이지 않는 결핍이 발목을 잡을 때’를 살펴본다. 돈과 사람이라는 자원이 마련되어도,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성과로 연결하는 시스템이 부재하면 기업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 이번 글에서는 중견기업이 흔히 겪는 시스템의 한계를 조명하고, 작은 성공을 토대로 체계를 만들고 확산하는 전략적 접근을 구체적 사례와 함께 다룬다.
기업이 안정과 유연성 사이에서 성장의 균형을 잡기 위해 필요한 마지막 퍼즐, 그 답은 바로 시스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