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털

by 도카비

국민학교 5학년쯤이었나.

딱 지금 아들 나이였다.


아버지는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날따라 무릎 아래 다리털이 작은 숲처럼 보였다.

털이 굵고 서로 엉켜 있어 까칠할 것 같더니

손끝으로 쓸자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갑자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털 하나를 골라 집고,

쑥- 뽑았다.


“아악!”


아버지가 벌떡 일어나

다리를 문지르며 눈을 부릅떴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털 하나를 들고

바로 도망쳤지만, 금방 잡혔다.

넋 빠진 놈이라며 한참 혼났다.


그날의 표정, 그 소리.

지금도 가끔 생각나 웃음이 난다.

아들에게 들려주니 깔깔 웃는다.


“다리털을 왜 뽑았어?”

“그냥… 어떤가 궁금해서.”


괜히 얘기했나.

요즘 이 녀석이 내 다리를 자꾸 본다.

슬쩍 다가와 다리털을 쓰다듬기도 한다.


주말엔 낮잠을 자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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