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달, 사실은 움직이고 있어

by 오가은





새카만 밤바다

아무도 없는 텅빈 곳에

맑은 달빛이 똑똑 떨어진다


슬픔이 흐른다

깊은 한숨은 몹시 쌀쌀한

늦가을이 되어 불고

두눈에 흐르는 쓸쓸한 눈물은

처량한 가랑비가 되어

고요히 대지에 잠긴다


파도는 멀리 나아가 다시 돌아오고

제집을 잃고 떠돌던 새도

끝내 하늘에 깃을 펼쳐 오른다


달빛만은 제자리에 머물러

그저 뚝뚝 울듯 흘러내리는데

어떻게 서럽지 않겠는가


아니다

서럽지 않다

서럽지 않다

달은 제 빛의 몫으로 살아

얼마나 깊고 따스한 위로가 되어주는가

그래서 서럽지 않다


제 몫은 그저 빛을 비추어

소란한 목소리 하나없이

멀리멀리 퍼지고 또 퍼져

잔잔히 세상을 감싸면

고요함 속 모든 만물로 움직여 숨을 고른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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