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 가득 벼 냄새 스미고
바람은 네 깊은 숨결을 스쳐 지나간다
찬바람이 휙 지나간 자리마다
오래된 그리움의 궤적만 남아
메마른 흙먼지만 부슬부슬 일어난다
오늘도 나는 애타는 마음 들고
허공을 벤 듯 서성인다
운명을 묶은 시간의 쇠사슬
나는 끊고 싶지 않아 붙잡는다
너는 저 멀리 무심한 금빛으로 여물건만
나는 무엇조차 담지 못한 빈 잔이 되어
그리움에 길게 늘어진 나의 그림자만이
너를 향해 닿을 듯 흔들린다
내 마음은 네 목소리를 향해
고개 숙여 시들어 가고
남은 것은 가슴속에 새긴 이름 석 자
너를 부르다 멎은 긴 침묵의 메아리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