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떠나고 나만 홀로 남아

by 오가은




새벽안개가 산허리를 감싸고

나는 아직 길 위에 서 있어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춘 자리

바람이 머무는 들끝에서

내 마음엔 한 줌의 햇살과

손끝에 묻은 커피의 쓴 향기가 가득해


돌아보면

낮은 햇살 아래 희미한 불빛이

조용히 내 마음을 감싸안아

따스한 온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도 인사를 남기지 않았지


주고 받은 말은 적어도

서로의 침묵이 모든 것을 이해해

말 없는 사연은 마른 잎에 노랗게 물들어가고

내 허기진 마음도 같은 색으로 물들어


내일이면 너는 또 떠나겠지

저 들길 너머 붉게 타는 숲 너머로

오늘의 온기만은 품은 채

이 아련한 마음을 건너가겠지


떠나는 너의 등 위로

저물어가는 해가 묵묵히 내려앉으면

발걸음은 흩어져

바스락거리는 낙엽으로 남아

외로움 잠시 쉬게 하지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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