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

by 오가은



나이를 곱게 접어

별 모서리 끝에

훌쩍 벗어두고

주머니 속 걱정도

어깨 위 책임도

이름도 슬쩍 내려둔채

가만히 귀를 기울여


옛날 옛날에

아주 먼 옛날에


낮은 문 활짝 열고

들어서는 순간

높았던 키가

불쑥 줄어들지


세상의 속도와

어른의 무게는

문 바깥 도시에

가지런히 놓아두고

마음을 동그랗게 말아

가만히 귀를 기울여


반짝이는 은하수 길을 따라 걷는 시간

온 세상이 처음인 것처럼 신비로운 순간


늙지 않는 무릎 위에서

거대한 품 속 길을 잃어도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오늘밤

누군가 첫 줄을 꺼내면

나는 또 작아지지


기꺼이

기쁘게

아주 작은 아이로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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