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5일에 눈이 왔다. 우리 동네 이름은 Grünendeich(초록언덕)이다. 이름처럼 우리 동네에는 언덕이 많다. 언덕이라기보단 인위로 만든 뚝빵이다. 엘베강에 비가 많이 왔을 때 물이 넘쳐서 동네가 잠기는 걸 막기 위해 언덕을 길게 만들어놓은 거다. 그런데 눈이 오면 그 언덕에서 우리는 썰매를 탈 수 있다. 이번겨울은 눈이 많이 안 와서 딱 한번 썰매를 탔다. 아빠랑 동생이랑 썰매를 타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우리를 촬영해도 되냐고 물어서 해도 된다고 하고 우린 그냥 놀았는데 아빠회사 직원이 우리를 뉴스에서 봤다며 연락이 왔다. 대박! 우리는 완전히 까먹고 있었는데 티브이에 나왔다고 하니 너무 신기했다.
지난 토요일에 오랜만에 동생이랑 옆집로미네에 가서 놀았다. 루이자가 없는 로미집은 조용했고 어색하고 뭔가 허전했다. 동생들이 커서 돌봐주는 게 아니라 놀리면서 같이 놀 수 있어서 우리는 주로 숨바꼭질을 하면서 놀았다. 로미집에는 로미아빠 말고 도우미언니가 와있었다. 지난번에 만난 언니가 아닌 다른 언니였는데 아주 젊고 늘씬하고 금발의 이쁜 언니였다. 우리가 없었다면 그 언니가 로미와 폴리랑 놀았겠지만 그날은 우리랑 놀아서 그 언니는 로미아빠랑 계속 얘기만 했는데 돈 얘기 하는 걸 엿 들었다. 참, 로미는 눈이 나빠졌는지 안경을 끼고 왔는데 엄마가 안경도 이쁘고 로미도 너무 이쁘다며 엄마가 좋아하는 웹툰 '울어봐, 빌어도 좋고'의 여자주인공 레일라 같다고 이쁘다고 이쁘다고 난리였다. 그러면서 나더러 로미는 진짜 넘사벽으로 이쁘다 그러는데 나는 넘사벽이 뭐냐고 물어봤다. 나도 사실 안다. 로미가 이쁘다는 걸. 로미는 이쁜데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다 이쁘고 특히 입고 있는 옷들이 참 이쁘다. 엄청 웃긴 건 얀느가 집에 와서 밥 먹으면서 엄마한테 이랬다. "엄마, 그런데 폴리엄마가 좀 이상해. 얼굴이 달라졌어" 란다. 나는 엄청 웃었는데 엄마는 맘 아프다고 했다. 또 얀느는 로미집에서 자꾸 루이자 루이자라며 루이자 이름을 불러서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었다. 얀느는 아직은 어려서 왜 이 집에는 가끔 오는지, 로미엄마집 따로, 폴리엄마집 따로, 아빠는 왜 왔다 갔다 하는지 뭐가 뭔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로미집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로미가 가진 것들은 참 부러운데 우리 엄마아빠가 이혼 안 하고 같이 살아서 참 다행이다 싶다.
그리고 일요일 교회를 갔는데 교회동생 태준이가 마지막으로 우리랑 예배를 드리고 떠났다. 태준이는 작년 11월 처음 왔다. 한 살 반정도의 남자아인데 쪼끄맣고 아주 귀여웠다. 내 동생은 이미 너무 커버려서 더 이상 귀엽지도 않은데 새 아기가 오니까 너무 귀엽고 좋아서 나랑 내 친구 보미는 태준이의 누나부대가 되어 항상 태준이랑 놀아줬다. 태준이 아빠는 네덜란드에서 공부를 하고 독일회사에 현지 취업을 했다. 해운업이라고 하는데 뭐 하는진 몰라도 독일어가 아닌 영어로 회사를 다닌다고 했다. 그런데 독일에 온 지 아직 반년도 안 지났는데 독일을 떠난다니!! 태준이 아빠는 카타르로 이직을 했다. 독일을 떠나는 이유는 업무의 지루함, 높은 세금, 높은 집값이라고 했다. 엄마아빠는 아주 극 공감을 하며 안 그래도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렇게 빨리 타국가로 재취업을 하고 미련 없이 독일을 떠나버리는 용기에 감탄을 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태준이가 떠나서 너무 슬프다. 그렇지만 민기엄마가 임신을 해서 조금만 기다리면 또 새로운 아기가 생기니 기쁘다. 여동생이길 바랐는데 남동생이라 조금 아쉽지만 너무 귀여울 것 같다. 아가야 만나는 게 너무 기대된다. 민기 넌 이제 찬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