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마지막 fasching이다. 나는 올해에 치어리더를 하겠다고 작년부터 엄마한테 말해뒀었다. 그리고 지난여름 한국에 갔을 때 진주이모가 사준 옷을 입고 손에는 제기를 들고 가려고 생각해 뒀었다. 학교 파싱 전에 동네파싱파티에 갔었는데 큰언니들이 치어리더 코스튬을 입고 왔는데 내 옷이랑은 조금 달라서 나는 진짜 치어리더 옷을 사야겠다 생각했다.
그 이후로 나는 계속 엄마한테 치어리더코스튬을 사달라고 했고 엄마는 있는 거 입으라고 안 사줘서 웬만하면 다 사주는 아빠한테 사달라고 했는데 너무 늦게 말해서 배송이 오래 걸려서 못 살 것 같았다. 다른 코스튬도 보는데 아빠는 촌스럽게 무슨 시골에 과일판매원, 빨간 모자 이런 걸 자꾸 추천했다. 나는 카우걸이 마음에 들어서 카우걸을 하겠다고 했더니 엄마가 그러면 안 사도 된다고 하면서 옷장에서 뭘 자꾸 주섬주섬 가져왔다. 잘못 빨아서 핑크물이 들어버린 청바지, 아빠가 사 왔는데 맘에 안 들어서 한 번도 안 입은 체크남방, 언제 산지 모르는 아빠의 옛날가방, 한국할아버지가 몽골 살 때 사서 쓰다가 우리 집에 놔두고 간 모자, 마지막으로 엄마신발. 청바지는 짧게 잘라버리고 나에게 입혀줬는데 맘에 쏙 들었다. 더 신나는 건 엄마신발이 나에게 살짝 컸지만 맞았다. 엄마레깅스와 스타킹은 이미 신고 다녔고 이젠 신발도 신을 수 있다니 기뻤다. 9살인데 엄마신발이 맞으니 열 살 되면 엄마코트도 뺏아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제일 이쁠 것 같아서 파싱날 너무너무 설렜었다. 파싱 전날 밤 깨끗하게 씻고 다리에 크림도 엄청 발랐다. 날씨 추운데 스타킹도 안 신어서 다리가 허예지면 안 이쁘다며 엄마가 바르라는데 맞는 얘 긴 것 같아서 정말 열심히 발랐다. 참고로 나는 평소에 크림 따위 얼굴에도 안 바른다. 파싱날 아침 아빠가 헬륨가스를 넣어서 풍선도 만들어줘서 아주 기분 좋게 학교에 갔다. 학교에 가니 친구들도 다들 코스튬을 입고 왔는데 대박, 알렉산드라도 카우걸이었다. 근데 나보다 더 이뻤다. 진짜 완벽하게 하고 왔는데 너무 예뻐서 감탄이 나왔다. 알렉산드라도 엄마신발을 신고 왔는데 굽이 더 높아서 더 멋있어 보였고, 바지는 나팔바지였다. 모자는 빌려서 쓰고 왔다는데 모자도 이쁘고 진짜 다 너무 이뻤다. 근데 카타린은 주문한 치어리더 옷이 도착을 안 해서 엄마가 어디서 빌려온 옷을 입고 왔는데 옷이 커서 자꾸 줄줄 내려가고 이쁘지도 않아서 아쉬웠지만 그냥 잘 놀았다. 그레타는 슈퍼마리오, 키엘은 닌자, 미아는 피카추, 에밀리아는 웬즈데이 뭐 이런 것들인데 남자애들은 대부분 핼러윈 때 입는 그 검은 옷에 뼈다귀 그려있는 거를 많이 입고 왔다. 오전 11시부터는 디스코파티였는데 엄마가 파티 때 뽀뽀금지 라고 해서 뽀뽀는 무슨 뽀뽀냐고 엄마나 하라고 했다. 디스코파티방 준비는 키엘이랑 몇 남자애들이 했는데 들어가니 너무 어둡고 덥고 습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덴 걔네들은 핼러윈인 줄 아나 뼈다귀옷 입고 바닥에 드러누워있는데 어두워서 안 보여서 우리가 모르고 밟았는데 우리가 밟았다고 와서 또 우리를 때리고 밟아서 선생님한테 일렀다. 그랬더니 우리가 먼저 밟았다고 또 난리를 치고... 하... 남자애들 때문에 디스코파티는 망쳤다. 엄마는 이런 것도 모르고 뽀뽀하지 말라는 소리나 하고 진짜... 참 우리 반 헨드리는 아빠가 독일분 엄마가 중국분인데 헨드리는 참 착하다. 한 번도 우리를 때린 적도 없고 우리가 때려도 맞아주고 포켓몬카드 달라고 계속 조르면 또 주고 착하다. 오늘도 남자애들이랑 싸우는데 헨드리는 뒤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어서 선생님한테 헨드리는 우리 안 때렸다고 말해줬다. 아시아남자애들은 살짝 빙구 같기도 하지만 참 순하다. 2025년 나의 fasching도 아주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