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쇼핑을 진짜 좋아한다. 엄마말로는 좋은 거 사는 건 아니고 그냥 눈에 보이는 모든 잡다한 물건들을 다 사들인단다. 아빠랑 다니면 좋은 게 있는데 뭘 잘 사준다는 거다. 엄마는 잘 안 사주는데 아빠는 다 사주니까 그런 건 좋다. 아빠는 일 나가서 시간이 있으면 꼭 뭐 하나라도 사 오는데 가져오면 정말 너저분하고 별 쓸모도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빠가 비행 가는 곳들은 유럽 내의 모든 지역. 함부륵에서 출발해서 어느 도시에 도착해서 비행기에서 내려서 잠깐 쉴 시간이 있을 때 그때 터미널에서 쇼핑을 한다. 예를 들어 함부륵에서 파리로 비행을 갔다, 그러면 파리에서는 손님들 내려주고 또 바로 손님을 태워서 돌아오기 빠듯하기에 비행기에서 내리지 않는다. 보통 보면 공항이용료가 비싼 공항에서는 최대한 빨리 돌아오기에 쇼핑할 시간이 없다. 그런 공항들은 런던, 파리, 취리히 뭐 이런 공항들이다.
반면 조금 여유로운 공항은 스페인의 많은 휴양도시와 중동지역정도이다. 그러면 아빠는 정말 신나게 공항을 휩쓸고 다니며 우리에게 영상통화로 공항을 구경시켜 주고 뭐든 사 오는데 대부분 티셔츠와 초콜릿 사탕 과자 빵 이런 것 들이다. 하다못해 다른 나라 돈도 일부러 바꿔서 가져온다. 엄마는 이제 공항에서 사 오는 물건만 봐도 그 나라의 국력이 보인단다. 그리고 그 매장의 점원이 이젠 아빠를 알 것 같다며 또 왔냐 하지 않냐고 묻는다. 아빠는 모든 지역의 티셔츠를 정말 좋아한다. 어릴 적 동독에 살 때 그런 티셔츠를 입은 친구는 정말 멋져 보였기에 아직도 사다 나르고 우리에게 맨날 그런 티셔츠를 입히는데 나는 정말이지 더 이상 부끄러워서 입고 다닐 수가 없다. 이젠 뜯지도 않는다. 몇 번 빨면 그림도 떨어지고 엄마가 사 오지 마라고 하는데도 어쩜 저렇게 한결같이 사 오는지 이젠 대단하단 생각도 든다. 다행히도 동생은 아직 어려서 아빠가 사다 주면 뭐든 좋아해 주니 내가 좋아하는 척 연기하지 않아도 된다. 나도 맘에 드는 게 있으면 바로 방으로 들고 들어가서 입어보지만 이젠 흥미가 없다.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부엌에 가면 식탁에 선물이 올려져 있는데 신기하고 재밌고 아빠에게 고맙지만 가끔은 도대체 이런 걸 왜 사 오지? 하는 마음도 있다.
아빠, 제발 적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