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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팔이오 Mar 30. 2020

8.1.59. '김 진애의 도시 이야기'를 읽고

12가지 '도시적' 콘셉트

   같이 독서모임을 진행하는 원장님으로부터 지난 해 말에 선물로 받은 이 책을 해를 넘기고서야 읽게 되었다.  그 동안 재미있는 책들이 나의 마음을 사로 잡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으나, 집사람이 하루에 만보를 걸어야 한다며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외부모임이 없어져 주말이면 넷플릭스와 대결하고 있는 나를 데리고 다닌 결과이기도 하다.  산책을 하면서 그 동안 보지 못 했던 우리 동네의 이모저모를 보게 되었다. 늘상 운전하면서 지나다니던 곳에서 멀리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볼수록 재미있는 것들도 눈에 띄였다.


   차로 아침에 학교에 오거나 평창을 오가면서 라디오를 통해서 듣는 김 진애 선생님의 목소리는 시원한 느낌이었다.  말씀하시는 내용은 득도한 상태에서 어려운 것을 쉽게 가르치는 고수의 경지로서, 나에게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어떠한 생각과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본보기였다. 


  12가지 도시적 콘셉트는 우리들 일상의 이야기이었다.  익명성, 권력과 권위, 기억과 기록, 알므로 예찬, 대비로 통찰, 스토리텔링, 코딩과 디코딩, 욕망과 탐욕, 부패에의 유혹, 이상해하는 능력, '돈'과 '표', 진화와 돌연변이가 그 내용이었다.  이 주제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콘셉트 10 현상과 구조: 이상해하는 능력'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아,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군!'하며, 절로 흐믓해졌다.


  "이상하게 여기는 시각은 아주 특별한 능력이다.   인지하고 식별하는 능력이고, 더 나아가 바꾸고 개선하는 역량이다.  일상을 너무도 당연해하는 것,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 것, 그저 그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 애쓰거나 갖은 꾀를 부리는 것으로는 절대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질문하면서 변화의 단서를 찾는다.  이상하게 볼 줄 아는 이방인의 시각을 잃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시민의 태도를 잃지 말자.  좋은 도시적 삶으로 가는 길일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삶에 지레 패배감을 갖지 않게 만드는 길이다."


  일상 생활에서 늘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힘.  이러한 생각으로 발전적인 제안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학생들에게는 '항상 교수님들의 말을 믿어 의심해볼 것'이라고 얘기하며, '왜 그런지', '왜 그렇게 하는지', '꼭 그렇게만 해야 하는지' 확인해서 '납득이 갈 수 있을 때에야 내 것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내 생각과 유사했다.  이 부분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의미있는 존재감으로 다가왔다.  


  책을 읽고 나서 마지막에는 이렇게 적었다.  '건축에도 철학이 필요하다. 삶의 구현장인 도시에는 문화가 녹아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많은 분들이 힘겨운 요즘 우리들이 하고 있는 일들이 세계일류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느낀다.  이런 것이 좋든 힘든 일이든 하나의 문화일 수 있겠다.  이 책에 있는 김 구 선생님의 한 마디가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중략)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 백범 김구,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백범일지]

    1947년 11월 15일 개천절 (단기 4280년 음력 10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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