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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팔이오 Apr 02. 2020

8.1.60. '쉼 없이 걸어 촛불을 만났다'를 읽고

최민희의 언론개혁 여정

  최 민희 전 국회의원이 검찰개혁에 이어 언론개혁을 해야한다며 대담형식의 책을 발간하셨다.  30년을 한결같이 언론과 관련된 일을 해오면서 겪은 많은 일들이 결국은 한 방향으로 정렬되면서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결론을 만들었다.  검찰에 이어 언론이 개혁되어야 한다.  격하게 공감한다. 


  맡은 일을 확실하게 하기 원하는 꼼꼼한 성격의 최 민희 전 국회의원을 나는 이해할 수 있겠다.  소신있는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몸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생각이 정리되어야 하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료를 확보하여 사실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짧게 한 문장으로 압축된 핵심내용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미 FTA 방송분야 협상에서 '대통령의 뜻이라며 CNN 더빙을 협의 내용에 포함시키자'고 할 때의 일화가 인상적이다.  "대통령께서 그러실 리가 없습니다.  만일 대통령께서 CNN 더빙을 허용하자 하셨다면 보고가 잘못 올라가서 그럴 겁니다.  CNN 더빙이 국내 언론에 미치는 후폭풍을 자세히 알게 되면 대통령도 반대하실 겁니다."고 주장했다.  결국은 CNN 방송에 대한 개방은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 때를 회상하는 내용은 이렇다.  '내가 좋아하는 대통령과 맞서는 게 슬펐어요.  그러나 방송에 관한 한 대통령보다 제가 더 구석구석 잘 알았기 때문에 버틴 거죠.  "언젠간 대통령도 나의 뜻을 이해해주실 거다" 믿었어요.  방송위 부위원장을 수행하면서 그 직을 발판으로 이후 어떤 자리에 가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청와대 지시에 따랐겠죠.  저는 그런 생각 자체가 없어요.  내일 죽을 지 모르는 인생인데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 원칙을 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신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존경스럽다.  


  세월호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언론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직업윤리에 대한 일침을 말해준다.  '다시 세월호 사고가 일어나도 우리 사회는 사람들을 구할 수 없겠다는 절망감.  국정조사 끝나면서 헤어날 수 없는 이런 절망감이 우리를 덮쳤어요.  아무도 미안해하지 않아요.  박근혜?  책임을 못 느끼는 거에요.  자신이 자고 있어서 사고가 일어날 건 아니라고, 운이 없다고 생각하겠죠.  아무도 책임감을 못 느끼는 구조예요.  다 조금씩은 비리를 저지르고 사니까, 조금씩 타협하고.  그러한 잘못이 쌓이니까 배가 뒤집어지고 사람이 죽어요.  이게 더 절망이에요.  차라리 음모가 있었다면 음모만 막으면 되는 건데...  그런 점에서 저는 음모론이 사실이기를 바랐어요.'


  '언론도 마찬가지에요.  이런 사안을 놓고도 속보 경쟁을 해요.  결국 KBS가 11시 25분에 경기도교육청의 문자를 받고 26분에 오보를 내는 것은 기자들이 어떤 사안을 놓고 의심하고 확인하는 기본적 직업윤리도 지킬 수 없을 만큼 망가졌다는 뜻이 아닐까요.'


  그러면서 조국 사태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잔인한 정의의 유전자'에 대하여 얘기하셨다.  '역사에서 정의의 유전자는 잔인하다.  그 정의의 유전자가 전봉준을 통해, 이순신을 통해 우리 역사에 발현돼서 한반도의 역사가 이뤄져왔다.  한반도의 역사를 영원하게 하기 위해 역사는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한다.  조국 전 장관도 지금 우리 시기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검찰개혁의 정의 유전자가 그를 희생양으로 딛고 나아가는 것이다.'  일련된 사건을 엮어 생각한 통찰에서 나온 결론이었다.  깊은 혜안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지난 날의 잘못으로부터 하나를 배우고, 예방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 동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현재를 윤택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의 잘못으로부터도 배워서 마련한 대안을 후대에게 물려줌으로써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멀리 보고 쉼 없이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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