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뤼셀 쿠덴베르크 궁전

브뤼셀 앤 파리

by 돌레인

미술관에서 밖으로 나가니 거짓말처럼 비가 그치고 해가 쨍쨍 났다!

남편이 이끄는 대로 간 곳은 'Coudenberg Paleis'라는 지하궁전이었다. 브뤼셀 왕궁 한편 입구에서 브뤼셀 카드를 제시하고 토큰을 받아 입장했다. 너른 광장 아래 이런 곳이 있었다니!! 머리 위로 수많은 차량들이 지나다니는 소리를 들으며 깊숙이 걸어 들어갔다.

'Coudenberg'란 'Cold Mountain'이란 뜻이다. 거친 북풍 가운데 세워진 이 궁전의 역사는 12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3세기 '브라반트 공작'에 의해 정치적으로 중요해지고, '부르고뉴의 필립 공작' 때 연회장인 'Aula Magna'가 지어졌으며, 16세기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이며 최초 스페인 국왕 등 수많은 타이틀을 지닌 '카를 5세' 때 고딕 양식의 예배당이 지어졌다. 이곳에서 카를 5세는 포르투갈의 왕녀 '이자벨'을 아내로 맞는다.

1731년의 화재로 궁전은 큰 손상을 입어 새로운 궁전을 짓고 지금의 광장으로 덮어 40년 간 방치됐다가, 1986년부터 25년 간 발굴해 2000년에 일반에 비로소 공개되었다.


화재의 원인은, 카를 6세의 여동생이자 네덜란드의 섭정자인 '마리 엘리자베스(Marie Elisabeth of Austria)'가 양초 끄는 걸 잊어버리는 바람에 난 것이라 최종 확인되었다.


유럽사의 정치적인 영토싸움을 비롯해 구교와 신교의 종교 갈등이 치열했던 '브뤼셀의 역사'를 조금 알 것 같았던 투어였다. 새 궁전 위층에 브뤼셀 역사박물관이 있고, 지하궁전에서 발굴한 보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지하궁전을 뒤로하고 브뤼셀의 유명인사인 '오줌싸개 소년'을 보러 그랑 플라스 쪽으로 걸어갔다. 예쁘게 정돈된 '예술의 언덕(Mont des Arts)'에 올라 내려다보니 가슴이 탁 트였다.


오른편으로 재미있는 시계가 보였는데 정시마다 인형들이 나와 퍼포먼스를 벌이는 듯했다. 10분만 기다려 봐도 될 텐데 남편이 걸음을 재촉했다...ㅠㅠ


좁은 골목길을 한참 걸어 내려가니 어느 장소에 수많은 사람들이 한 곳을 바라보며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었다. 전 세계 전통 의상을 입은 각양각색의 오줌싸개 소년상을 모아놓은 박물관이 있을 정도로 사랑받고 있는 소년이어선지 이날은 필리핀 전통옷과 국기를 들고 쉬를 하고 있었다.

그랑 플라스로 연결된 골목들엔 쇼핑 상점과 와플 가게들이 있어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북쪽에 '오줌싸개 소녀상'도 있지만 보기가 민망할 것 같아 가지 않기로 했다...>.<


무료로 초콜릿을 준다기에 폐장 시간을 1시간 앞두고 '초콜릿 박물관'을 찾아갔다. 입구에서 하나씩 나눠준 동전 크기의 초콜릿이 전부인가 싶어 약간 실망해 입안에서 살살 녹여먹으며 둘러보는데, 무료 초콜릿 시식 코너가 짠하고 나타난 거다!! 카카오 배합과 당도별로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아이들 두 명과 열심히 우걱우걱 집어 먹었다.


혀가 아릴 정도로 초콜릿을 집어먹은 후 그랑 플라스를 향해 걸어갔다. 깨끗이 닦아놓은 하늘을 배경으로 고딕 양식의 건물들이 너무나 멋지게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브뤼셀을 아름답게 그림으로 담아 파는 예술가를 상대로 어느 외국인 아이가 가격을 능숙하게 흥정하고 있어 가만히 그림을 감상하던 나도 혀를 내둘렀다.

광장엔 수많은 관광객들이 쏟아져 나와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분위기를 돋우었다.

고급 상점가 쪽으로 면한 어느 와플 가게에 들어가 커피와 와플을 주문해 창가에 앉았다. 바깥에도 자리가 많이 있었으나 구걸하는 사람들이 자꾸만 귀찮게 해 아예 실내를 택한 거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컴컴해지더니 소낙비가 마구 쏟아졌다. 아수라장이 된 바깥을 보며 '엉망진창이군'하며 우리 부부는 여유롭게 커피를 홀짝이며 와플을 베어 물었다.... 유럽에선 날씨를 믿지 마시라~~






비가 그친 틈을 타 그만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버스를 갈아타는데 독특한 주택 모습이 자꾸 눈에 띄었다. 영화 <기생충>으로 칸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한국의 반지하는 유럽엔 없는 구조라고 했는데 어찌 된 일일까 싶었다. 내부가 궁금했다. 반지하 생활을 했던 내 학창 시절과 고급 주택가에서 과외를 했던 경험이 되살아나 보는 내내 마음을 힘들게 했던 영화였다. 결말도 우울했으나 두 엄지 척을 들었던 수작이었다.

숙소 근처에 대형 마트가 있어 먹을거리도 살 겸 이곳 사람들은 무얼 먹고 사는지 찬찬히 둘러보았다. 주식은 달라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 물은 꼭 사 먹어야 해서 생수 한 통을 사고 맥주랑 포도주 그리고 안주거리를 샀다. 체리가 제철이라 단맛이 제대로 올랐다.

다음날 아침 일찍 나만 파리로 떠나야 해서 짐을 따로 싸고 일정을 다시 점검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