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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텔스바흐 가문의 궁전

뮌헨

by 돌레인

10. 25. 토


지난밤 뮌헨에 도착한 우리 모자는 그야말로 촌뜨기들 같았다. 크나큰 건물들과 많은 사람들에 압도되어 어디가 어딘지 그저 얼빠진 표정으로 길 찾기 바빴다. 중앙역의 위치를 잘못 알아 호텔이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호텔은 트램으로 무려 네 정거장이나 가야 하는 곳에 있었다. 타려는 트램 정거장을 찾아 트렁크 가방을 덜그럭 거리며 길을 가는데 수시로 검문 순찰하는 한 무리의 경찰들을 목격하곤 괜스레 움츠러들었다. 나중에 TV로 보니 그날 캐나다에서 테러가 발생했단다. 우여곡절 끝에 호텔을 찾아가 방에 들어서니 페르시아풍의 약간 야시시한 방이었다.


호텔의 아침식사 메뉴는 어디나 비슷했지만, 에센의 아침 식단 만한 곳은 없었다. 잔뜩 찌푸려 비가 흩뿌렸던 지난밤과는 달리 날씨가 화창해져 있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시내 구경에 나섰다. 날은 좋았으나 기온은 여전히 쌀쌀했다. 길거리 카페들이 하나둘 오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뮌헨의 건물들은 좀 특이했다. 외양은 큼직큼직하고 무뚝뚝하게 생겼으나 안은 정원과 주차장이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첫 번째 목적지는 레지던츠 궁전이었다. 오데온 광장을 가로질러 용장 기념관 앞을 지나갔다. 이곳에서 히틀러는 권력의 야욕을 드러내며 뮌헨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체포당하고 말았다. 훗날 권력을 잡은 히틀러는 그 당시 일을 추억하며 쿠데타에 가담했다 죽은 군인들을 기려 기념관을 지었다고 한다.



드디어 레지던츠 궁전 박물관에 입장했다. 안에 있는 모형을 보니 장대한 외벽을 한 바퀴 돌았단 걸 알곤 기함했다. 역시 안쪽에 다 숨어있던 것이다. 얼마나 긴장했던지 갖고 있는 가방과 겉옷은 물론 스마트폰까지 다 맡겨버려서 그 눈부신 레지던츠 궁전 속을 사진에 담지 못했다.



레지던츠 궁전은 대대로 바이에른 왕국을 이끈 비텔스바흐 가문의 궁전이다. 백조성의 루트비히 2세도 자신의 선조들이 지은 이 궁전과 베르사유 궁에 자극받아 자신의 궁을 더욱 화려하게 지으려 했던 거다. 과연 '미치광이 왕'이란 칭호가 붙을 만도 했다.


한번 결혼했으나 실패하자, 남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며 자신의 절대적 이상을 좇아 성을 세 채나 그것도 엄청 화려하게 지었던 비운의 왕. 한때 바그너와 동성애 관계란 오해도 있었으나 왕의 후원 덕에 바그너는 독일을 대표하는 음악가가 되었다. 성을 짓느라 돈을 너무 탕진해 급기야 체포당한 루트비히 2세는 호숫가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비관 자살이 아닌가란 느낌이 들었으나 루트비히는 수영에 능한 데다 그 호수는 그렇게 깊지 않았다고 하니 타살의 의혹까지 품은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가 남긴 화려한 궁전들은 독일을 대표하는 보물이 되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백조성인 노이슈반슈타인 성과 린더호프 성 그리고 헤렌킴제 성이 그의 성들이다.



린더호프 성(왼)과 헤렌킴제 성(우)

사진출처 : https://www.tuttobaviera.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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