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레지던츠에서 나와 시청사와 교회들이 한데 모여 있는 마리엔 광장을 향해 한참을 걸어갔다. 마리엔 광장은 유난히 사람들로 북적였다. 쾰른의 대성당 같이 생긴 고딕 건물이 '신'시청사다. 그에 비해 '구'시청사는 겸손하고 다소곳하게 생겼다.
신시청사 안으로 들어가니 너른 뜰이 나왔다. 안에서 첨탑을 올려다보는데 목이 꺾일 정도로 어마무시했다. 독일의 대부분 높은 첨탑들은 올라갈 수 있으나 유료에다 엘리베이터가 별로 없어 걸어 올라가야 한다.
시청사 앞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 다음 목적지인 성 페트리(St. Peter) 교회로 갔다. 뮌헨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라는데, 내부로 들어가 보니 과연 성화와 조각들 특히 천장 프레스코화가 단연 돋보였다. 뮌헨은 가톨릭의 도시이기도 한데, 지명 자체가 수도승을 뜻하는 독일어 '무니히'에서 따왔다. 초기 성 베네딕토 수도회 수사들이 정착하면서 마을이 형성돼 독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로 성장했다.
뮌헨의 가톨릭(구교) 신자들은 성모 마리아에게 자신들이 프로테스탄트(신교)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면 지금의 시청 광장에 마리아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구교와 신교의 30년 전쟁에서 이겨 약속대로 황금 마리아상을 세웠다.
발걸음을 옮겨 뮌헨 대성당으로 향했다. 양파 같이 생긴 대성당의 두 첨탑은 뮌헨 어디서나 눈에 잘 띄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성당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바이에른 국왕이 뮌헨 시가지 내에서 이 첨탑 높이 이상으로 건물을 올리는 걸 금지했다고 한다.
두 첨탑의 길이는 약간 차이가 나는데, 왼쪽이 예수 그리스도, 오른쪽이 성모 마리아를 상징해 예수 쪽 탑을 좀 더 높이 올렸다는 설이 있다. 전망대까지 한 번에 오를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성모 마리아 첨탑은 아쉽게도 보수 중이었다. 이곳의 볼거리는 성당 입구 쪽 바닥에 있는 '악마의 발자국'이다. 뒤쪽에 꼬리 모양이 있는 이 발자국은 성당이 건립될 무렵에 침입한 악마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햇빛을 피해 몸부림치며 달아난 흔적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간 곳은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에 반대한 가톨릭 부흥의 상징인 성 미카엘(St. Michael) 성당이다. 이름에 걸맞게 성당 입구엔 천사군을 지휘해 악마를 무찌르는 대천사 미카엘의 동상이 있었다. 화이트와 골드가 조화롭게 섞인 로코코 양식의 아름다운 실내가 눈을 황홀케 했다. 이 성당 지하에 백조성의 루트비히 2세를 비롯한 비텔스바흐 가문의 왕족들이 영면하고 있다.
성당에서 나와 카를 문까지 죽 이어진 큰 대로인 카우핑어 거리를 걸어가는데 사람들이 그야말로 물밀듯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오가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가늘게 오던 비가 점차 굵어져 광장 지하로 내려가 잠시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고 호텔로 돌아가는 것으로 뮌헨에서의 첫날 투어를 마쳤다.
신시청사 앞 건물 지하에 있는 뷔페 스타일 식당. 음식값이 비교적 저렴해 손님 대부분이 노인층이었다. 우리나라의 저렴한 한식 뷔페 같은 느낌? 아들의 굴라쉬 사랑은 이어졌고, 나는 쌀밥 같은 슈빼쯜에 대만족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