퓌센
성 바로 아래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뮌헨 HB맥주를 곁들인 늦은 점심을 먹고 마차를 타러 갔다.
마차 한 대가 막 출발하고 있었는데 하필 막차였다. 다시 버스를 타려면 왔던 길을 되돌아 올라가야 해서 할 수 없이 걸어 내려가기로 했다.
맥주를 마신 덕에 약간 상기된 얼굴로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마침 샛길이 나왔다! 다소 가팔라 보였으나 앞장선 외국인 가족을 따라 접어들어 내려갔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린 날이었다면 무척 미끄러웠을 테지만, 막상 지상에 도착하니 불과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여유가 생겨 알프 호숫가 쪽으로 갔다. 호숫가 바로 옆에 바이에른 황제 박물관이 있었다. 루트비히 2세가 속한 비텔스바흐 가문은 대대로 바이에른 왕국을 다스려왔는데, 그 가문에 대한 자료와 보물을 전시해 놓았다 한다. 거의 폐장이라 우리는 호숫가만 둘러보기로 했다.
고요히 펼쳐져 있는 너른 호수를 무심하게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있는 아들의 모습까지도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놓았다. 그 옛날 루트비히 2세는 이 호수 위에서 바그너에게 슈반가우 기사들의 귀환을 축하하는 오페라 '로엔그린'을 성대하게 연출하도록 했다.
퓌센 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언제 또다시 올 수 있을까 싶어 주위 풍경들과 분위기를 눈과 마음에 꾹꾹 담아두었다.
버스를 타고 퓌센의 작은 중앙역으로 가 짐을 꺼낸 뒤 다음 목적지인 뮌헨을 향해 기차를 탔다. 기차는 아름다운 알프스를 뒤로 한채 무심한 듯 시크하게 또다시 시골 기찻길을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