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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강의 진주

뤼데스하임

by 돌레인

10. 27. 월


마크와 만나기로 한 날이라 우리는 서둘러 아침을 먹었다.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해 로비에 이미 와있다는 마크의 전화에 때마침 준비를 끝내고 기다리던 우리도 바로 내려갔다. 뮌헨에서 사 온 캘린더를 건네드리니 무척 고마워하셨다. 바쁜 월요일인데도 우리를 위해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고마웠다. 지난 장례식 땐 많은 가족들을 위해 밴을 빌렸는데, 이번엔 자신의 벤츠를 갖고 오셨다.


살짝 들뜬 마음을 대화로 가라앉히다 보니 어느새 차는 아우토반을 달리고 있었다. 계속 기차로 이동해 오다 차로 달리자 아들도 무척 좋아했다.


자동차로 거의 1시간을 달려간 곳은 와인으로 유명해 '라인강의 진주'라 불리는 '뤼데스하임'이었다. 기차와 배와 자동차가 나란히 달리는 라인 강변을 따라 예쁜 집들이 늘어선 한적한 마을이었는데, 안 그래도 기차 안에서 흘러가는 마을 풍경들을 넋 놓고 바라보며 저렇게 예쁜 마을에 한 번이라도 들렀으면 좋겠다 싶었었다.


마크는 우리를 위해 근사한 코스를 준비해놨다. 그러려면 우선 유람선을 타야 하는데 아직 시간이 남았다. 깨끗하고 정돈된 정말 예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골목으로 산책 삼아 접어들었는데, 티티새 골목이란 뜻의 '드로셀 골목'이란다. 뤼데스하임에서 가장 번화하고, 와인숍과 레스토랑이 즐비한 골목이었다. 술통을 방으로 재활용해 근사하게 꾸민 호텔도 보여주셨다.


옛날 마인츠 대주교가 소유하던 별장 궁전을 지금은 와인 박물관으로 운영하는 '브륌저 성'을 돌아 근사한 악기 박물관 앞에서 1유로로 연주되는 음악을 듣고, 화려한 실내 장식품을 팔고 있는 '케테 볼파르트'라는 가게를 둘러본 후 유람선을 타러 강으로 나갔다.


'로만티크 라인'인 라인강 유람선은 뤼데스하임과 코블렌츠 구간을 오간다. 애초에 우리 모자가 코블렌츠로 갔던 건 이 유람선을 타고 마인츠까지 올 계획이었다. 그런데 여정이 장장 8시간에다 10월 말이라 시간대가 맞지 않아 할 수없이 기차로 변경한 거였다. 그래서 기차로 1시간 라인강을 따라 지나친 걸로 만족했었는데, 마크가 선물처럼 유람선을 태워준 거다.


선착장을 출발한 유람선은 '빙겐'이란 맞은편 마을 선착장에 들러 손님들을 태우고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라인강 양쪽으로 고성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과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했다.


강 가운데 작은 섬에 생쥐 탑(mouse tower)이 보였다. 라인강을 오가는 배들에게 통행료를 징수하기 위해 지은 탑으로, 세관을 마우트(Maut)라고 불러 생쥐 탑이란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사진출처 : 구글

이 이름에 얽힌 또 다른 설은, 흉년이 들어 주민들이 곡식을 나눠달라고 마인츠 대주교에게 간청하니 높은 세금으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던 대주교는 주민들을 창고로 모은 뒤 불을 질러 죽였다. 그러자 거대한 쥐떼가 나타나 쫓기던 대주교가 모래톱에 있는 이곳으로 피신했으나 결국 탑 속에 있는 쥐들에게 죽었다는 이야기다.


'에렌펠스 성' 또한 마인츠 대주교가 라인강 지역을 오가는 배에서 세금을 걷기 위해 세운 성이다.


우린 빙겐 다음 선착장인 '아스만스하우젠'에서 내렸다. 이 마을은 괴테 등 19세기 후기 낭만주의 시인과 예술가들이 즐겨 모여 포도주를 마시며 예술을 논하던 마을이다. 무려 450년이나 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인 '크로네'라는 5성급 호텔도 보였다.


선착장 너머로 '라인슈타인 성'이 보인다.

이 성은 11세기에 최초로 지어진 성으로 대주교 관할의 재판소를 겸했었다고 한다. 지금은 고성 호텔로 사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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