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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레인 Oct 15. 2019

[책] 명화독서

다시 고전문학에 빠지다...

성숙한 나이에 위대한 책을 처음 읽는 건 더 어린 시절에 읽은 즐거움과는 다른 비상한 즐거움이다. 어린 나이는 독서에 특정한 풍미와 의식적인 중요성을 부여하는 반면, 성숙한 나이는 더 많은 디테일과 관점들과 의미들을 알아보기 때문이다.
- 이탈로 칼비노 -


내가 고전문학에 처음 빠진 건 중학생 때였다.  학교 수업이 모두 끝나면 학교 도서실로 달려가 가지런히 꽂혀있는 세계문학책을 꺼내 한쪽 구석에 처박혀 읽곤 했다.  생각해보면 국민학교 시절에 엄마가 사다준 세계문학전집 덕도 있다.  우연히 꺼내본 펄 벅의 「대지」가 어린 가슴을 뒤흔들었던 거다.  

도서실은 내 삶의 도피처였다.  책에 빠져 있으면 텅 빈 집에 일찍 가지 않아도 되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풍비박산 난 집은 잦은 이사로 어수선하고 우울했다.  책이 나의 아픈 사춘기를 토닥여 준 거다.

중년의 사추기라는 갱년기를 지나고 있는 내게 고전문학은 또 다른 모습으로 가슴을 두드린다.  내가 세월을 탄 탓이다.  나이에 따라 달리 읽히는 고전의 참맛이다.


인류는 소멸해 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도서관’은 영원히 지속되리라. 불을 밝히고, 고독하고, 무한하고, 부동적이고, 고귀한 책들로 무장하고, 쓸모없고, 부식하지 않고, 비밀스러운 모습으로.
- 호르헤 보르헤스 「바벨의 도서관」 -


명화와 함께 읽는 고전문학이어선지 하루 만에 다 읽고 말았다.  잊고 있던 옛 친구를 만나듯, 어렵다고 멀리했던 친구를 제대로 만나듯 그렇게 한 권씩 또 고전문학에 빠지련다...




책 속 문장 ; 내 코멘트


*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는 일을 할 것인가?”라는 자문에 “아니오”라고 답하는 날이 오래 지속된다면, 변화를 감행할 때인 것이다.

* 햄릿처럼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행동의 결과를 부작용을 포함해 따져보는 것은 지성인의 속성이며 의무.

* 당신에게 ‘고도’는?
인간은 항상 더 나은 내일이라거나 삶의 변화를 가져올 무엇을 막연하게 기대하는 상태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일 온다는 어떤 것을 막연히 기다리며 살지 말자.

* 나는 내 인어공주가 푸케의 운디네처럼 불멸의 영혼을 타인의 사랑에 의존해서 얻게 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영혼을 얻는 건 순전히 운에 달린 거야.   ; 인어공주의 원래 결말은,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고, 바람의 정령이 되어 승천한다.  나도 이 결말이 마음에 든다.

* 신선한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  나이를 먹는다고 사라지지 않는, 아니, 오히려 더 애틋해지는 동경... 을 나도 가져봤던가.  혹은 그런 대상이 나타난다면...  ; 토마스 만의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은 영화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을 떠오르게 한다.

* 바벨의 도서관을 대를 이어 순례하는 우리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어리석음은 자신이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책들을 파괴하는 반지성주의다....

* 엠마는 그저 아름답고 드라마틱한 무언가가 너무 좋았다.  그러나 스스로 예술가가 되어 그 성향을 독창적이고 생산적으로 꽃 피우기에는 처한 환경, 교육 수준, 자질 등 모든 게 모자랐다...

; 「마담 보바리」와 「안나 카레니나」를 「인형의 집」과 함께 읽어도 좋겠다.

* 시인이 세상에서 보는 것 - 그저 눈의 망막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불러일으켜진 감정과 생각과 함께 보는 것 - 들을 ‘묘사’한다기보다 마치 그 ‘등가물’과도 같은 언어 조합을 찾아내어 하나의 이미지로 제시한 것이 ‘이미지즘 시’다...

; 이런 일상의 찰나적 아름다움, 결코 영원하지 않고 덧없기도 한 아름다움을 포착해 단단한 시적 이미지로 그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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