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상(2013)

내가 왕이 될 상인가

by 돌레인



영화 <관상>은 수양대군이 어린 조카 단종에게서 왕위를 빼앗기 위해 일으킨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한다.

문종은 왕위로 즉위한 후 통치한 기간은 얼마 되지(2년 3개월) 않았지만, 병세가 악화된 아버지 세종을 대신해 세자 때부터 대리청정을 한 기간을 따지면 치세 기간은 10년 이상이다. 세종대에 비해 왕권이 비교적 위축되었는데, 세종의 병세와 세자의 대리청정이 길어진 탓에 사병을 거느린 수양대군과 안평대군 등 왕자들의 세력이 비대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문종은 학문을 좋아하고 성품이 온화했으나 병약했고 맞이하는 세지빈마다 폐서인이 되었다. 첫째 세자빈은 질투심이 강해서, 둘째 세자빈은 궁녀와의 동성애로 쫓겨나 각자의 아버지 손에 온 가족이 몰살했다. 단종의 어머니(현덕왕후)도 단종을 낳은 지 3일 만에 죽어 단종이 12살에 즉위했을 때 내조할 왕비도 정사를 공식적으로 섭정해 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단종의 주변 여인 모두 후궁들이었기에 수렴청정할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종 즉위 당시 좌의정은 김종서, 영의정은 황보인, 우의정은 정분으로 이들 삼정승의 권리가 곧 국왕의 권리나 마찬가지였는데, 특히 세종 대 여진 정벌의 책임자로 입지를 다져온 김종서의 권력은 막강했으며 수양대군과 갈등 관계에 있던 안평대군을 끌어안고 있었다.

호랑이 정승 김종서(백윤식)와 이리 수양대군(이정재)의 대립이 최고조였던 시대, 관상쟁이 김내경 부자가 등장한다. 아버지 김내경(송강호)은 김종서를 도와 자신의 입지를 굳혀가고, 아들 김진형(이종석)은 역적 집안임에도 외삼촌인 팽헌(조정석)의 도움으로 이름을 바꾸고 당당히 과거급제를 해 사간원 말단 문인이 된다.

단종은 정사 결정 능력이 없었으므로 삼정승이 국정 전반에 관한 사안에 미리 노란 표시를 하면 그에 따라 결정했는데 그것이 바로 ‘황표정사’였다. 인사 정책에도 이런 변칙적인 형태가 자행되고 있었는데 그 비리를 김진형이 단종에게 고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다소 지루하다는 평을 뒤로하고 개인적으로 나는, 문종을 김내경으로 단종을 김진형으로 수양대군을 외삼촌 팽헌으로 대입하며 영화에 몰입했다. 어미 혹은 아비의 마음으로 헤아려서인지 상영 내내 눈물범벅이 되었다.

조선의 역사상 유례없는 가장 강력한 왕권 정치를 해온 세조답게 그 등장 또한 소름 끼쳤다. 이정재의 매력이 한껏 돋보였던 강렬한 장면이기도 했다. 마지막 긴박한 전개는 계유정난과 단종 복위 운동 때를 섞은 것 같다.

수양대군의 심복이며 지략가인 한명회는 그의 두 딸을 예종과 성종에게 시집보내면서 권세를 오랫동안 누린 최고 권력자였는데, 연산군에 의해 이미 죽은 그의 시신을 파내어 부관참시 당하는 ‘갑자사화’에 처한다.

관상이란 그저 바다의 파도를 본 것이었을 뿐, 그 원인인 바람을 보지 못했다는 김내경의 넋두리가 가슴에 남는다.



참고




2013년 블로그에 썼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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