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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레인 May 30. 2023

로어 맨해튼 산책

Day 5-1

2023. 4. 10(월)


이날은 근처 중국 식당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버스투어 예약을 한 터라 일찍 문을 연 식당을 찾아야 했는데 마침 7시에 시작하는 곳이 있었다.  

식당 안은 비좁고 그리 깨끗하진 않았지만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흰쌀밥과 각종 음식들 앞에서 무장해제되고 말았다.  게다가 음식값도 그리 비싸지 않았다.  그런지 일 나가는 중국인들이 하나둘 들어와 구석에서 음식을 먹거나 포장해 갔다.  우리도 창가 적당한 자리에 앉아 먹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꽤 맛이 있었다. 걸쭉한 국물은 설렁탕처럼 고소했는데 자꾸 손이 갔다.  오랜만에 먹는 쌀밥이라 박박 긁어먹었다.




든든히 배를 채운 후 버스 출발지인 배터리 공원까지 소화도 시킬 겸 걸어가기로 했다.  식당이 맨해튼 브릿지 아래에 있었는데 전철이 다닐 때마다 귀가 찢어질 듯했다.  멀리서 볼 땐 멋진 풍경이지만 실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고통인 거다.  그러니 여행과 삶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스트 강과 두 다리를 바라보며 아침을 먹었던 머슬 비치에서 해안가 하이웨이를 따라 아래로 걸어갔다.  바쁜 월요일 이른 아침이라 한가로이 거니는 이는 우리뿐이었다.


브루클린 브릿지 아래를 지났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서 윌 스미스가 희망의 무전을 보내던 장소였다.  브릿지가 무참히 끊어진 난리 통에 가족들을 한순간에 잃어버렸던 곳이기도 했다.  재난 영화 속 장소가 이토록 평화롭다니...


피어 11을 지나자 남편이 근처 건물 위에 전망대 정원이 있다며 빌딩 경비원을 찾아가 가는 길을 물었다.  그곳은 55Water 빌딩의 '엘레비티드 에이커(Elevated Acre)'라는 공원이었는데 건물 뒤편에 에스컬레이터가 따로 있었다.

난간에 기대어 이스트 강 전경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바로 앞에 헬리콥터가 있었는데 맨해튼을 상공에서 조망하는 투어용 헬기였다.


다시 내려가 계속 길을 걸으니 스테이튼 아일랜드로 가는 페리 선착장이 나오고 배터리 공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17세기 초 네덜란드인에 의해 '뉴 암스테르담'이라 불렸던 이곳은, 무혈입성한 영국의 요크 공작에 의해 '뉴 요크'가 되어 오늘날 '뉴욕'이 되었다.  당시 네덜란드인들이 쌓은 성벽(wall)의 잔해 위에 덮은 도로(street)가 지금의 월스트리트가 되었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미국 역사의 출발점이기도 한 이곳에서 바둑판 같은 길이 뻗어나갔는데, 사선으로 비껴진 '브로드웨이'가 센트럴 파크의 '콜럼버스 서클'까지 쭉 이어져 있으니 거슬러 가보는 것도 좋은 도보코스일 듯하다.


1시간도 채 안 돼 도착한 배터리 공원에서 공중 화장실을 찾아보니 굳게 문이 잠겨 있어 할 수 없이 근처 스타벅스로 갔다.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커피 한 잔을 샀으나 그냥 들어가도 무방했다.  대형 체인점의 장점이라면 바로 이런 거다.  


땡큐!! 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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