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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미술관 전망대

넷째 날

by 돌레인

우에노 역에서 히비야선을 타고 롯폰기 역에서 내렸다. 도쿄에 오기 전,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모리 미술관 전망대 입장권(1,800엔)을 예매했는데 빨간 불이 켜진 도쿄타워를 중심으로 도쿄의 야경을 보려고 저녁 7시로 예약했었다.


롯폰기 힐즈 앞에 오늘도 버티고 서 있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대 거미 ‘마망‘은 주요 유명 도시에 있는데 우리나라엔 리움 미술관과 신세계 백화점 본점에 있다.


오랜 미술관 관람으로 다리도 아프고 따로 계획한 곳도 없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언덕을 내려가 츠타야 서점엘 찾아갔다.


롯폰기점은 추운 날에도 야외에 앉을 수 있게 따뜻한 난로가 마련되어 있어 인상 깊었었다. 서점 안을 훑어보고선 스타벅스에 앉아 읽으려고 책을 또 한 권 샀으나 빈자리가 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일본인들도 어딜 가나 카페에서 각자 노트북 앞에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일에 몰두하고들 있다.


다시 터덜터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롯폰기 힐즈로 올라갔다. 아사히 TV 앞 너른 광장엔 무슨 촬영 준비가 한창이었고 관객들이 줄을 서 있었다. 어디든 카페에 들어가 다리를 쉬며 커피를 마시고 싶었으나 아무리 둘러봐도 깍쟁이 같은 고급 레스토랑뿐이었다.


가까스로 모리 타워 1층에 있는 스타벅스를 찾아 자리를 잡고 한숨을 돌렸다. 이곳에서 약 3시간 동안, 여행자가 아닌 현지인처럼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음악을 이어폰으로 들으며 책을 읽었다. 그 사이 점원이 크리스마스 기획으로 내놓은 시음 커피를 나눠주며 평을 해달라고 했다. 부드러운 맛이 내 입맛에 딱 맞아 “柔らかくて美味しです!(부드럽고 맛있어요) ” 했다.

입장 시간이 다 되어 모리 미술관으로 올라가는 길에 주황빛으로 예쁘게 물든 도쿄 타워를 가까이에서 봤다. 다른 때보다 더 뭉클하게 다가온 건 직접 저 타워에 올라가 봐서일 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2층으로 올라가 도쿄의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창에 비친 탓에 사진이 깔끔하게 나오지 않아 맨눈으로 담아야 했다. 예쁜 도시 야경은 역시 서울이 압승이다…ㅎㅎ



같은 장소에선 <우주 소년 아톰>과 <밀림의 왕자 레오>를 그린 ‘데즈카 오사무’의 또 다른 명작인 <블랙잭>의 원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나는 따로 입장권을 사지 않아 원화를 직접 보진 못했지만, 홍보용 그림만 봤는데도 옛날에 잠깐 읽었던 생각이 났다. <20세기 소년>과 <몬스터> 작가인 ‘우라사와 나오키’가 그린 <플루토>가 넷플릭스에서 요즘 상영되고 있는데 나도 기대 중이다.

미술관 숍을 둘러보다 깜찍한 모습의 점박이 호박 할머니 ‘쿠사마 야요이’ 인형을 발견하곤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쩜 이리도 특징을 잘 잡아 만들었는지!!




다시 전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을 사 왔는데 역시 우리나라 게 더 맛있다. 겨우 건더기만 건져 먹었는데 김치랑 단무지가 간절했다.

드디어 아침에 출장 온 남편은 현재 도쿄 북동쪽인 사이타마현에 있다. 일을 다 마친 후 내일 만나기로 해서 나 홀로 여행이 슬슬 끝나가려니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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