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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서양미술관

넷째 날

by 돌레인

2023. 11. 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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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아리에 파스를 붙이고 잔 덕에 피로가 많이 풀렸다. 오늘은 미니 돈가스를 넣은 삼각 김밥을 가져왔는데 금세 입안이 텁텁해져 새콤한 우메보시가 생각났다.

4일 만에 방 청소를 해주는 날이라 나가기 전에 내 물품들을 정리했다. 새 수건이 담긴 비닐봉지를 매일 문걸이에 걸어놔줘서 하루하루 쾌적하게 지냈다.




오전에 간 곳은 우에노에 있는 국립서양미술관이었다. 우에노 공원 일대는 자주 가봤으나 어찌 된 일인지 서양미술관은 빼놓게 돼서 이번에 벼르고 간 거다.

몇 년 사이 이곳도 참 많이 변해 있었다.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주변이 여러 공사들로 복잡했었는데 어느새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거다.


마침 프랑스의 윌리엄 아돌프 부그로와 영국의 존 에버릿 밀레이 등 19세기 신고전주의 화가들의 회화가 기획 전시되고 있었다. 특별전으로 파리 퐁피두 센터의 큐비즘전도 하고 있었지만 아카데미 미술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표를 끊고 안내된 곳은 상설 전시실이었는데 가와사키 조선소의 초대 사장인 ‘마츠가타 코지로’가 수집해 기증한, 중세 말기부터 20세기 초에 해당하는 서양 미술품들의 전시였다.


각 작품들 옆에 한글로도 설명이 되어 있어 작품 감상이 훨씬 수월했다.


우키요에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본인들의 인상주의 사랑은 남다르다. 마침 우에노 모리 미술관에서 현재 모네 전이 열리고 있다.


기획전은 상설전시실 중간에 끼여 있어 관람 흐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역시 부그로의 그림 속 인물은 손을 뻗으면 살결이 만져질 듯 사실적이면서도 부드럽다.


다시 상설전으로 이어져 20세기 호안 미로의 추상표현까지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라파엘전파인 밀레이 이외에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그림도 2점이나 있어 반가웠다.

대부분 처음 보는 그림들이었으나 그림풍을 보고 화가를 맞춰보는 재미가 있었다. 거의 모든 작품들을 사진에 담느라 3시간이란 시간이 언제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거의 1시가 되어가 배가 몹시 고팠다. 우에노 역에서 ‘bibim’이란 한국 식당을 발견하곤 돌솥 김치비빔밥을 주문했다. 세트를 택하면 셀프바에서 반찬을 양껏 가져다 먹을 수 있었다. 한국의 일본 음식점에서 점원들이 ‘이랏샤이마세’하고 외치듯, 이곳에선 ‘어서 오세요, 감사합니다’를 복창했다.

계산을 하며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하고 우리말로 고마움을 표시해 주니 일본인 점원이 활짝 미소 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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