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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선물들

마무리

by 돌레인

교보문고가 벤치마킹한 일본의 츠타야 서점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다만 편집숍 분위기라서 책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오히려 아난티 서점인 '이터널 저니'의 확장형이란 느낌이 더 든다. 본점인 다이칸야마점이나 롯폰기점에서 원하던 책은 찾지 못했지만 책과의 뜻하지 않은 만남이 있었기에 남다른 느낌도 들었다. 덕분에 '아야세 마루(彩瀬まる)'와 '하라다 히카(原田ひ香)'라는 작가들을 새로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결국 사고팠던 '마스다 미리(益田ミリ)'의 책은 또 다른 대형 서점인 'MARUZEN'에서 우연히 찾았지만, 계획적이지 않은 책과의 설레는 만남을 더욱 기대하게 되었다.


일본에 갈 때마다 문고판에 맞는 북 커버를 하나씩 사다 보니 10개까지 되어서 이번 여행 땐 굳이 사지 않았으나 왠지 아쉽다. 서점에서 싸준 종이 커버의 접는 방법을 알게 된 후 포장 종이로 싸놓곤 하지만, 예쁜 무늬의 헝겊 커버를 보면 가슴이 두근대곤 한다. 사실 이번엔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북 커버를 발견하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일본 원서들이 작은 책장을 채우고 있으나 완독한 책은 몇 권 안 된다. 그저 사서 꽂아 놓기만 해도 이미 읽은 느낌이다...ㅎㅎ 원서 읽기의 즐거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 또 한 권씩 독파해 나가려 한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관람엔 카페에서 차 한 잔과 아트숍에서 쇼핑까지 모두 포함된다. 호쿠사이의 미니 그림 모음집과 쿠사마 야요이 인형, 그리고 내 그림이 프린트된 유니클로 토트 백은 전혀 예상치 못한 선물들이었다. 특히 토트 백은 점원 아가씨와의 다정한 대화가 깃들어 있어 아직도 마음이 몽글거린다.

수채화용 스케치북이나 물감은 남은 평생 다 쓰지 못할 정도로 너무 많이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화방에 가는 이유엔 나도 갖고 있다는 소장 부심을 부려보고픈 마음이 있다. 하지만 외국 화방인 경우는 바로 그곳에서만 파는 걸 사고픈 소장 욕구 때문일 거다. 그러니 더더욱 쓰지 못하는 건가 싶다...ㅠㅠ





이번 도쿄 여행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떠난 여행'인 셈이었다. 내 감각에 충실하고 싶어 덜컥 계획을 세웠으나, 과연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을까 두렵기도 했다. 고작 5일간의 홀로 외국 여행이 남들에겐 쉬운 일일 테지만 내겐 큰 도전이었다. 그리고 막상 내가 마주한 나날들 속에서 또 한 걸음 전진한 듯한 가능성을 발견했으니, 바로 '한 달간 도쿄에서 혼자 살아보기'다. 막연하게나마 내년 가을로 잡고 있는데, 그때까지 일본어 실력을 키우고 그림 스킬도 쌓아갈 거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어반 스케쳐'가 된 나의 미래 모습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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