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이맘땐 내게 맞는 작업실을 찾아본답시고 여기저기 공용 사무실을 기웃거렸었다. 마침 마음에 든 곳이 나왔고 호기롭게 입주했으나 두 달 만에 철수하고 말았다. 역시 꿈과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수업료(50만 원)를 낸 셈 치고 내 개인 공방을 낼 생각마저 접어버렸다. 미술 전공자도 힘들게 꾸려가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던 거다.
센터 강사일을 그만둔 뒤 화실을 다녀볼까도 생각했다. 독학으로 그림을 그린 지 올해로 벌써 10년 차가 되었으나, 애초부터 전문가에게 그림을 배웠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가끔 해본다. 만약 그랬다면 실력은 더 늘었을 테지만, 아마 이렇게까지 오래 붙잡고 있진 않았을 것 같다. 그림을 혼자 그리며 나만의 노하우가 쌓였고 그 덕에 초보 성인들에게 그림을 가르쳐줄 수 있었지만 여전히 나는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목이 말랐다.
9시 출근에서 6시 퇴근까지 재택근무하고 있는 아들과 있는 집은 이젠 아들과 나의 공용 사무실이 되었다. 내가 차린 따뜻한 집밥으로 점심까지 해결하니 사회 초년생인 아들한텐 몹시 (개)이득인 거다. 내가 아들한테서 용돈을 당당히 받을 수 있게 된 데는 이런 연유가 있다. 부모집에 얹혀사는 덕에 아들은 꼬박꼬박 돈을 잘 모아가고 있는 중이라 대견스럽다.
요즘의 나는 영어와 일어 원서 읽기에도 푹 빠져있다. 고전 문학과 예술 분야 독서도 꾸준히 이어와 지금은 그 읽기 어렵다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독까지 2권 남겨놓고 있다. 거기에 그림까지 초보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고 있으니 하루가 잘도 흘러간다. 이 모든 활동은 후에 내가 이루고픈 일에 큰 밑거름이 될 거다. 지금은 내 열정이 한순간 불타올라 사그라지지 않도록 군불 때듯 조절하고 있는 중이다. 나만의 루틴으로 혼자서도 잘 노는 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주변의 어르신들을 보며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