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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레인 Apr 23. 2024

처음으로 화실에 가다...

화실 1차시

오늘부터 화실을 다니게 되었다.  우선 큰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수채화 이외의 재료를 써보고 싶었다.  투명 수채화처럼 물로 녹여 쓰는 불투명 수채화인 과슈를 갖고 있어서 과슈부터 시작해 보기로 하고 도구를 챙겨갔다.  화실에서 모든 재료를 제공해 주는데 과슈만 없었기 때문이다.  


수채화를 비롯한 다양한 재료들의 설명을 들은 후, 과슈로 그려진 그림을 핀터레스트에서 찾아 본격적으로 그려보기로 했다.  늘 작은 사이즈에만 그려오다 A3 사이즈를 앞에 두니 덜컥 겁이 났다.  쌤의 응원에 힘입어 연필을 들고 스케치를 했다.  옆에서 시범을 보여주셨는데, 조각하듯 직선으로 그려가는 연필 터치에 감탄했다.  근경과 중경 그리고 원경을 어떻게 배분하고 길을 어떻게 그리는지를 코치 받은 후 그리자니 어느새 화면이 채워졌다.

   

과슈를 종이 팔레트에 짰다.  집에 있는 과슈가 카렌다쉬 고체 과슈와 미젤로 튜브 과슈, 그리고 얼마 전에 산 미야 젤리 과슈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일제 홀베인이 있어 깜짝 놀랐었다.  아니, 이 비싼 걸 내가 샀었단 말이야?  암튼 화실 덕분에 고급 과슈를 이미 갖고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된 거다.  아크릴이란 재료를 쓰자니 물감은 물론 붓과 스케치북까지 다시 새로 장만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진 않아 그냥 큰맘 먹고 과슈를 들인 듯했다.

색을 칠하기 전, 쌤이 다른 종이에 큰 납작 붓으로 칠하며 시범을 보이셨다.  큰 붓에 조색한 하늘색을 묻히고 숨을 크게 마신 후, 에라 모르겠다란 심정으로 칠했다.  오~ 마치 벽에 페인트칠을 하는 것 같은 신남이 느껴져 웃음까지 새어 나왔다.  

푸른 들판을 칠하는데 내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꾸 투명 수채화식으로 칠하려다 보니 물을 더 쓰려 하고, 색이 마르기 전에 칠해야 한다는 강박이 들면서 붓의 면보다 끝으로 깨작깨작 칠하고 있는 거다.  앞 쪽 오른쪽이 쌤이 칠한 건데, 붓질이 시원시원하고 여러 색을 과감히 칠하는 걸 보면서 내가 이 화실에 잘 왔구나 싶었다.


앞쪽 풀숲과 꽃밭을 칠할 땐 붓면을 사용하려 노력하니 나도 좀 과감해진 듯했다.  쌤이 잘 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셔서 쑥스럽기도 하고 웃음도 났다.  사실 쌤이 해주는 격려의 말들이 내가 내 수강생들한테 곧잘 하던 멘트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작 본인인 내가 그러질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ㅠㅠ

울긋불긋 꽃들을 그릴 때 붓으로 물감을 떠 찍으며 표현해도 된다고 하니 과슈도 유화처럼 꾸덕꾸덕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구나 싶었다.


구름을 쌤이 그려주셨는데, 맑은 수채화처럼 과슈 물감을 물로 부드럽게 퍼트려 구름의 몽글한 느낌을 표현해 또 감탄했다.    

화실에 와서 그린 첫 그림이 완성됐다!!


그림의 퀄리티를 떠나 큰 그림을 과슈로 도전해 본 것이 큰 수확이었다.  그림 속 부분 부분에서 쌤의 세심한 가르침과 나의 용기가 보여 귀한 공부 자료가 된 거다.

나는 또 어떻게 발전해 갈까… 화실 가는 길이 오늘 그린 그림처럼 설렘 가득한 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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