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의 숲(彫核の森)’ 역에서 내려 공원 입구로 들어갔다.
표를 끊고 통로를 지나가니 탁 트인 광경이 펼쳐져 또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일본 미술관 기행이란 TV 프로그램에서 봤던, 로댕의 수제자인 칼 밀레의 작품 <인간과 페가수스>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늘도 더없이 화창해 어디나 카메라를 들이대도 작품이 되었다.
진격의 거인처럼 늠름하게 서 있는 네 개의 동상에 홀딱 반해버렸다. 로댕의 후계자이자 <활을 쏘는 헤라클레스>로 유명한 에밀 안토니 부르델의 작품이다.
<비눗방울의 성>이란 곳에선 아이들이 들어가 놀 수 있는 놀이터로 구성되어 있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빼곡하게 조각상들이 산책코스를 따라 줄지어 있어 하나하나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니쉬 카푸어의 <Cloud Gate>의 오마주인 듯한 이노우에 부키치(井上部吉)의 <하늘로 가는 길>이다.
왼쪽 사잇길로 내려가니 휴식공간과 함께 아크로바틱한 동작을 취하고 있는 여인상이 있었다.
왠지 그리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어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그려봤다. 날이 쌀쌀한 데다 그늘까지 진 곳이라 남편이 기다리면서 추워했다. 그래서 완성도는 좀 떨어지지만 '현장에서 그렸다'에 의미를 크게 두기로 했다. 그 사이 외쿡인들이 왔다 갔다 하며 그림 그리고 있는 내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고 가기도 했다...
옆에서 졸졸졸 물소리가 들리길래 둘러봤더니 알록달록 잉어들이 살고 있는 작고 예쁜 연못이 있었다. 그 위에 떠있는 빨간 배 세 개가 눈을 즐겁게 했다.
잉어를 보러 가던 중 만난 <돌고래를 탄 세이렌>인데, 공포에 찬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스타벅스 로고인 꼬리가 두 개 달리 바로 그 세이렌인데 왠지 흉측스러웠다...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은 <숲의 아뜰리에>라는 휴식공간 겸 스튜디오다. 그 아래는 <별의 정원>이란 미로가 펼쳐져 있는데 계단을 따라 내려가 밑에서 하늘을 쳐다보면 또 다른 느낌이 든다.
적색의 나무 건축물 안에도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작품이 설치돼있다.
알록달록 다양한 색으로 엮은 그물 놀이터인데, 섬유 예술가 토시코 호리우치-맥아담이 한 코 한 코 손으로 짠 대작이다.
우리나라에도 양주 '장흥 아트파크'에 이분 작품이 있다고 한다.
언덕을 넘어가니 피카소관이 나왔다. 이곳은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는데, 피카소 말년의 작품들이 다수 소장돼 있다. 이런 면에선 일본이 부럽다...
수많은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어김없이 '미술관 다리(Museum leg)'에 걸리기 마련이다. 그런지 카페 옆엔 피곤해진 다리를 풀고 가라고 족욕탕이 마련돼 있었다. 과연 일본다운 발상이다.
우린 족욕 대신 커피랑 핫도그, 맥주를 시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실은 여기까지 감상하며 오는데 2시간이 훌쩍 지나 점심때를 놓쳤던 거다. 하코네에 네 번째 온 남편은 오래전부터 나를 이곳에 데려오고 싶어 했다. 예상대로 내가 너무나 행복해하니 덩달아 기분이 몹시 좋아진 남편은 내가 천천히 감상할 수 있도록 흔쾌히 기다려 준 거다.
<행복을 부르는 심포니 조각>이라니 올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18미터 되는 탑인데 빙빙 돌아가며 올라가려니 숨이 찼다. 헉헉 대며 올라서니 하코네 전경이 한눈에 보였다.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니 파란 핸드백을 든 거대 <미스 블랙 파워>가 나타났다. 니키 드 상 팔의 거대 여성상 '나나' 시리즈의 하나로, 생명의 근원인 여성 자신에 대한 자신감으로 꽉 차 있는 여성을 표현했다. 그리고 옆에 납작 엎드려 있는 남자....
안토니 고믈리의 <밀착>으로, 작가 자신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지구의 일부분이란 걸 표현하고 있다.
구름다리를 건너다 어? 네가 왜 여기에?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도 서있는 세자르 발다치니의 <빌르타뇌즈의 여인상>이다.
조각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두 번째 뷰포인트다.
옆으로 길게 누워 있는 헨리 무어의 작품인데 마치 개와 사람처럼 보인다...
라란느 부부의 공동 작품인 <슬퍼하는 천사>로 울고 있는 여인이지만, 물에 비친 자신과 안타까운 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청년 나르시스에 비유된다.
공원 입구엔 로댕의 <발자크> 상과, 부르델의 <활을 쏘는 헤라클레스>가 서있고 공원 곳곳엔 헨리 무어의 작품들이 다수 전시돼 있다.
회화에 비해 사방에서 느긋하게 관찰하며 따라 그려볼 수 있는 것이 조각 작품 감상의 매력이다. 날이 좀 더 따스하고 시간이 더 넉넉했었다면 아마 하루 종일 있었을 거다.
아트샵에도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물품들이 어찌나 많던지!!! 고르느라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우표 사이즈의 앙증맞은 작가별 명작 그림 스티커가 한 통에 20장씩 들어있는데 그 종류도 48종이나 된다!!@.@ 포스트 잇도 어찌나 갖고 싶게 만들었던지... 어떻게 써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