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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gevora Jan 06. 2020

캐나다 사교육에 대한 단상

과연 무엇을 위한 사교육인가?

  2학년때 이민을 온 큰 아이가 벌써 12학년이 되어 올해 대학에 진학한다. 


 먹고 사느라 바빠서 신경을 못 써주었는데도 그동안 지가 알아서 해 온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캐나다 입시에 무지한 엄마 아빠가 별 도움을 못주는 것이 속상하기도 한 요즘, 대학입시라는 계기를 통해 나와 내 아이의 중간점검을 하며 느끼는 바가 있었다. 


  캐나다의 입학사정은 대학별로 조금씩 다른데 Personal Profile 작성을 요구하고 그에 가중치를 두는 학교가 점점 늘고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현상은 캐나다 뿐만이 아닌 미국 대학입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Personal Profile이란 그동안 학교공부와는 관련이 없는 과외 활동을 얼마나 했으며 그러한 활동에서 어떤 성취와 공헌을 했는지를 기술하는 것이다. 보통 5~7개의 활동에 대해 쓰게끔 되어있다. 


 공부만 잘하는 우등생만으로는 안되는 것일까? 


  캐나다 대학은 한국대학에 비해 입학은 쉽다고 한다. 그러나 이른바 명문대학일수록 졸업까지 견뎌내는 학생의 비율은 30% 정도에 불과할만큼 빡세기로 악명이 높다. 소위 고등학생 시절에는 우등생이었던 아이들이 대학입학 1,2년 후 나가 떨어지는 일도 심심치않게 일어난다. 

 대학입학사정관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기준은 물론 학업성적이 우선이기는 하겠으나 건강하고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보내고 졸업 후에는 학교의 이름을 빛낼 만한 자질을 갖추었는가이다. 그래서 입학지원자가 그동안 어떤 경험을 했고 그 안에서 어떤 성취를 이루어냈는지가 관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북미의 인재상을 한문장으로 정의하자면 "얼마나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인가" 로 압축될 것이다. 

그런 인재의 덕목은 다음과 같다.    


1. 리더십

2. 협동심

3. 문제해결 능력

4. 창의력

5. 봉사정신

6. 도전정신

7. 체력


내가 이러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해내는 수단이 바로 Extra Activities이며 학창시절의 자서전격인 <자기소개서>로 표현되어진다. 


대학에 지원하려는 고등학생(Secondary school students)들이 참고할만한 몇 가지 과외활동에 대해서 

정리해보았다. 

1. 아르바이트 : 만 16세가 넘으면 패스트푸드 식당 등에서 방학이나 주말에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다. 법적으로 만 14세 이상의 경우 부모의 동의서를 첨부하면 일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사업장은 16세 이후부터 채용을 한다. 이러한 아르바이트 경험은 학생들에게 경제 개념을 세워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문화, 협동, 서비스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질 수 있게 해 준다. 6개월 이상 꾸준히하는 것이 좋다. 

2. 학교 클럽(스포츠)활동 : 본인이 좋아하는 운동이나 취미 등이 학교 클럽활동에 있다면, 적극 참여하자. 특히 스포츠 활동 등은 리더쉽, 협동심,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활동이며, 이를 통해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다. 이러한 활동들은 2년 이상 꾸준히 하길 바란다.


3. 예술활동 : 음악이나 미술 활동을 꾸준히 시켜 주자. 특히 음악의 경우 RCM이라는 인증제도를 통해 학생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특히 지역마다 학생들을 모집하여 운영하는Youth Orchestra 에서 오디션을 거쳐 활동할 수도 있다.
4. 체육활동 : 지역의 레크레이션 센터에 가면 수영이나 하키, 스케이트 등 많은 레슨과 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체육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체력을 증진 시킬 수 있고, 협동심도 배울 수 있다.
체육활동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꼭 시키는 것이 좋다. 어려서부터 시작할 수록 유리하다. 

5. 봉사활동(Volunteer) : Google에서 ‘volunteer + 지역명’을 입력하면 많은 봉사활동들이 나온다. 대부분의 경우 만16세가 넘어야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지역봉사활동에 많이 참여하게 한다. 지역 시청, 경찰서 및 Health care기관 등이 많이 운영 중이며, 자세히 알고 싶으면각 기관에 문의를 해 보자.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해 아무 댓가없이 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봉사활동'은 북미에서 가장 높게 평가하는 덕목이다. 

6. Cadet : 캐나다 군에서 지원하는 일종의 청소년 단체활동이다. 육군,공군,해군이 운영을 하며, 만 12세 이상부터 지원이 가능하다. 가입비로 약간의 비용이 드는 것 외에는 전체 활동 비용이 전부 군에서 지원이 된다. 보이스카웃 활동과 상당히 비슷하며 매주 저녁 일정한 시간에 모여 단체로 여러 실용적인 부분에 대해 배운다. 방학 때는 여름 훈련도 있어서 실제로 야외에 나가서 생존법도 배우고 재미있는 활동도 많이 한다. Cadet활동의 경우 군과 비슷한 조직생활을 일부 경험함으로써 리더쉽, 협동심, 조직에 대한 다양한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아이가 유니폼에 로망이 있고 조직에서 리더쉽을 키우고 싶다면 적극 추천하는 활동이다.
7. 경시대회 및 자격증 : 학생이 Science나 Engineering쪽에 관심이 있다면, 수학경시대회를 준비해 보자. Waterloo대학에서 운영하는 수학경시대회가 한 예이다. 해당 홈페이지를 보면 과거 출제 문제가 나와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수학적 지식만 있으면 독학으로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자격증도 매우 유용하다. 이러한 자격증은 해당 프로그래밍 자격증을 주관하는 기관에서 취득할 수 있다. 

 


  애초에 이 글의 주제를 <캐나다 대학 입시에 필요한 과외 활동>이라고 했다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내가 우리 아이의 '자소서'를 보며 마음이 씁쓸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우리 아이들이 유소년,청소년 시절의 소중한 경험이 단지 대학입시의 도구 정도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내 아이는 관심도,소질도 없는 바이올린으로 City 소속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했다. 단지 대학입시를 위한 personal profile의 한 줄을 쓰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이다. 때로는 형식이 내용을 만들수도 있듯이 동기는 그러했으나 새로운 흥미를 발견하고 팀플레이의 중요성을 체득했다고 한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지가 애초에 계획했던 '최소 6개월'이라는 '의무기간'이 지나자마자 뒤도 안돌아보고 오케스트라 활동을 접었고 그 후로 단 한번도 바이올린을 잡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아이에게 악기연주와 오케스트라활동이란 자소서 한 줄을 쓰기 위한 경험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앞서 말한대로 내가 아이의 자소서를 보며 마음이 안좋았던 것은 내 아이의 '자서전'이 그렇게 보여주기식의 요식행위로 포장된 조악한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보통 아이들의 유소년기의 방과후 시간을 대학갈 때 유리한 스펙을 쌓는 것에 중점을 두게된다. 

나는 아이의 사교육에 대한 거시적인 안목이 부족했던 것에 아쉬움이 있다. 사교육 혹은 과외활동의 목적은 시대의 인재상에 걸맞는 자질과 경험을 키우기 위한 시도 및 과정이어야 하다. 거기서 경험한 시행착오와 경험이 앞으로 험한 세상으로 등판할 준비를 하고 있는 아이의 든든한 맷집과 뱃심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대학입시를 위한 자소서는 그간 열심히 경험치를 쌓아왔다는 하나의 기록에 불과한데 우리는 종종 주객이 전도되는 우를 범하곤 한다.  


 입학사정은 대학교별로 해마다 조금씩 바뀌고 있는데 이른바 점수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적 외에 지원자의 자기소개서(Personal Profile)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아이의 취미생활이나 활동을 정하는 기준이 단순히 대학입시에 유리한 활동이 아닌 대학에서 요구하는 덕목에 초점을 맞춘다면 해마다 변하는 입시제도에도 뚝심있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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