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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gevora Dec 14. 2019

캐나다 이민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남의 나라 가서 뭐하고 살지?

  미세먼지, 심란한 뉴스거리, 과열경쟁 등등 소위 헬조선이라 일컬어지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부분  번씩 이민을 꿈꾼다. 가고 싶은 나라는 아마도 북미나 호주와 같은 영어권 나라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민을 실행에 옮기는 비율은 그에 비해 매우 적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내가 태어나고 성인이 되도록 자란 고국을 떠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부모님, 친구, 번듯한 직장과 경력  내가 이민을 가려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은 어쩌면 가야  이유보다  압도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중에 어떤 이들은 타향살이를 택한다. 이민   차에 접어들어가는 즈음에, 혹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작은 실마리라도 드렸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쓰게 되었다.

 

  이민을 주저하는 이유  가장 크고 현실적인 이유는 당연히   먹고살지?라는 막막함일 것이다.  이런 고민의 주체는 아마도 어린 자녀를  삼사십  연령층에서 많을  같다.


 이곳 교민사회에서 흔히 하는 말로 정착할  공항에 마중 나오는 사람에 따라  진로가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말이 얼마나 진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부부의 케이스에서는 정설이 되었다.


 삼십  초반의 젊은 나이에 초등학생  남매를 거느리고 두려움  설렘반으로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를 기억해보면 그때는 이곳에서 어딘가 적을 두고 사회 구성원 노릇을 하는 한국인들이 너무나 멋있고 대단해 보였더랬다.

 그중에는 우리 가족을 공항에서부터 환영해주신 은퇴를 목전에  지인분이 계셨는데 당시 우물안 개구리였던 우리 부부는 그분들의 사는 모습이 여유로와 보였고 때문에 그분들의 생업에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다.


  ... 보아하니    굴리시고  년에 한국은  한두 번씩 다녀오실 정도의 경제력이면 저분들 현재 하시는 비즈니스 물려받으면 우리  식구 먹고사는 것은 문제없겠다고 눈대중으로 견적을 냈다.


 마침 은퇴하실 때도 되었고 해서 우리는 있는  없는 돈을 끌어다가 이민    년도  안되어 그분의 작은 가게를 인수하게 되었다.

 과거 2,3년간의 재무제표를 검토하는 일도, 쌍방 간에 변호사를 고용하는 '번거로운' 절차도 모두 생략한  가게를 인수한  우리는 어엿한 자영업자가 되었다.


 이민 초짜 백수가 하루아침에 '사장' 되니 이대로 은퇴까지   있을 것만 같았다.  기세를 몰아 월세 살던   개짜리 콘도에서 벗어나   개짜리 집을 사서 이사했고  와중에  좋게도 나는 번듯한 직장에 취업을 하고 남편 혼자 비즈니스를 이어갔다. 사장님 남편과 월급쟁이 부인이라는 환상의 콜라보에 모든 것이 순조롭고 어째 너무 쉽게 풀린다 싶을 정도였다.

 그로부터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결론만 말하자면 우리 부부는 그때의  선택을 '아쉬워한다'


 음식점, 편의점, 등의 소위 스몰 비즈니스는 삼사십 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하기에는 아까운 선택이다.

 자본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보통 스몰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는 보통  20~30 (2~3 ) 자본이 필요한데 우리는 흔히 창업자금은 나중에 가게를 팔면 당연히 회수가  것이고 나는 어엿한 사장으로 일은 직원이 하고 매월 고정 수입이 생길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러나  경우는 제일 ' 풀렸을 ' 경우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는 계절별 경기가 극명하게 차이가 나서 비수기 때는 직원 월급과 렌트비 주고 나면  푼도  건지는 달도 허다하다. 성수기 때는 정말 이러다가 사람 죽겠구나 싶을 정도로 일을 하는데 그렇게 힘들게  돈은 고스란히 겨울을 대비한 비상식량이라 생각하면 정말 기운이 빠진다.

  나쁜 것은 내가 큰돈 들여 창출한  일이 도리어 나의 자존감을 좀먹는다는 사실이다.

 일의 귀천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ㅕ리더십, 아이디어, 탁월한 경영능력, 우수한 고객 서비스 등의 미덕이나 노력은 씨알도  먹히고 오로지 경기와 임대료만이 좌우하는 수익성은 우리를 무기력하게 한다. 정직한 노력이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상황에 무슨 성취나 즐거움이 있겠는가.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한국에서 들고  소중한 자본으로  일자리를 창출하여 이른바 자영업자(Self-Employed)  것일 뿐이다. 그러나 내가 창출한  고용은 결코 영구적이지도 못하며 수입도 불안정함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때문에 젊은 나이라는 기회비용과  같은 자본을 투자했으면서도 간신히  인건비만 빼오는 상황은 결론적으로는 그다지 수지맞는 장사는 아니라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초기 창업자금이  수중에 있는 돈이든, 아니면 빚을 내었든 간에 일단 비즈니스로 질러보기로 했다면 차라리  돈을  미래에 투자했었어야 한다.   2~3 동안의 생활비  정착자금으로 과감하게  까먹을 생각을 하는 것이다.


 북미에서도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이곳에서 너무 무모하게 들리는가?

 이곳은 학교와 병원이 공짜이다.

사교육은 어디까지나 옵션이다.

아는 사람이 없으니 경조사비가 안들어간다. 다들 수수하다 못해 추레하게 하고 다녀서 품위유지비용도 얼마 안든다.

 또한 사람이 귀해 최저임금이 높고 직업에 대한 편견과 귀천이 한국보다 훨씬 덜한 나라이다.

 저소득 가정의 자녀에게는 자녀양육수당이 나오는데 최대로 받으면  아이당  오백  남짓이 된다.


 어찌보면 ' 조금 벌어도 되는 흔치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이민 초기에 저렴한 콘도에서 렌트를 살며 주경야독을 하지 못했음을 이제 와서 아쉬워한다. 마음껏 '가난과 궁핍' 누릴 권리를 포기하고 그래서 우리에게 다르게 펼쳐졌을 미래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쉽다.


 우리는 그때  공부하지 않았을까?

 스스로 너무 나이가 많다고 착각했던 것이다. 우리는 자녀 양육의 의무를 가진 부모였고 공부는 우리 아이들만 '시켜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모이기 이전에 아직도 성장의 가능성이 있는 심십대 꿈나무라기보다는 자녀 부양의 의무를 지닌 존재로 스스로를 한계 지었다.

 아이들은 스스로  컸다. 마치 물만 주면 혼자  크는 화초처럼. 니들 키우느라 엄마 아빠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아?라는 말은 민망해서 차마 하지 못하게끔.   


  캐나다는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이민자들이 저소득자로 신분으로 세금을 축내기만 하지 않도록 어엿한 납세자로 만들기 위한 무상교육이 제도화되어있다. 영어를 비롯하여  분야의 직업 교육을 해주는 평생교육원(Continuing Education Center) (City- 한국으로 치면 ''정도의 행정구역) 별로 있으며 무료이거나 매우 저렴하다.

 이쯤에서는 일단 진로에 대한 방향을 잡고 2년제 

College에서 취업을 위한 본격적인 자격증을 취득한다. 직장인도 충분히 과정을 수료할  있도록 파트타임 또는 온라인 수업을 들을  있다.

 이처럼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영어점수가 필요한데 한국에서 뭔가를 준비하고자 한다면 토플이나 IELTS 같은 영어점수를 따서 온다면 대학 진학을 위한 시간이 절약되리라.  


 그래 봤자 영어가 안돼서 취업이 안될 거라고?

사실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해야 한다는 편견이 우리를  움츠러들게 했다. 막상 살아보니 영어는 다른 중국, 필리핀, 이탈리아, 러시아 등지에서  다른 이민자들 정도만 해도 된다. 나의 고용주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중국인일 수도 있고 나정도의 시원찮은 영어를 쓰는 인도인 동료과 같이 일하고 소통하는데 지장이 없으면 된다. 언어적 머리가 이미 굳은  오래인 성인도 영어환경에서 후천적 노력과 생존력이 만나서 간신히  벌어먹고  정도의 영어실력은 키울  있다.


  그렇다면 과연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

아는 만큼 보이게 마련이다. 서울 사대문 안의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서 펜대 굴리다  이들이 제일 관심 갖는 분야는 아마도 금융, 회계, 보험, 법무사, 부동산 또는 한국에서 하던 일과 관련된 직종일 것이다.

 만약 그렇게 풀릴  있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염두에 두는 분야는 이미 포화상태이니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이년 정도의 다양한 경험과 탐색기간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이곳은 웬만한 사무실 근로자보다 기술자가  대접받는 사회이기 때문에 직업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필수이다.


 우리는    이민 초기에 진로에 대해 아쉬운 선택을 했지만 이민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뭐든지 완전하게 좋고 나쁜 것은 없다.

그렇다고 이민 오길 백번 잘했어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계속 살았더래도 이곳에도 누리지 못하는 기쁨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해도 후회,  해도 후회한다는 '결혼'처럼 이민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한국이든 외국이든 어디 살든 간에 후회 없는 삶을 살도록 열심히 살면 되는  아닌가.

 우리가 젊은 나이에 편협한 시각으로 스몰 비즈니스를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후회라기보다는 그저 아쉬운 것일 뿐이다. 우리가 들인 고생과 노력과 물질에 비해 보람이 적었고 무엇보다도 앞서 말했듯 젊은 나이의 기회비용을 놓친 것이 말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맛있는 캐나다산 소고기 많이 먹고  살았고 아이들도 착하게  커주었고 우리도 그만큼 성장했다. 사십  초중반의 나이, 아직도 성장의 가능성이 있으며 꿈을   있는 나이임을 알게 되었으며 그동안 남의 나라에서 그럭저럭 살아내는 훈련을   것에 감사하다. 무엇보다 후회하지 않으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민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내가   있는 조언은 이민을 하세요 또는 마세요가 아니다.

 한국도 좋고 캐나다도 좋은 나라이고 한국도 살기 힘들고 캐나다도 만만치않다.

 , 이민을 하기로 마음을 먹으셨다면 이민이라는 힘든 결정을 내린 용기로 낯선 땅에 와서도 쉬워 보이는 길을 택하는 것은 되도록 자제하라는 것이다.


 또한 선택지가 마침 캐나다라면, 이곳은 사회주의적 성격이 강하고 한국이나 미국과 같은 냉혈 자본주의 또는 학벌주의가 아닌 나라라는 이점을 충분히 누리시라.

 때문에 이민 초창기 시절에 가난한 생활을 하는 것은 일종의 특권이고 훗날 추억으로 장식될 것이니 이민병에 걸리신 분들은 혹여   먹을까  하는 걱정은 조금 덜해도  것이라는 것이 나의 현실적인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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