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십자가

몰래 십자가 뒤에 서서

by 최국환


몰래 십자가 뒤에 서서.



어느 봄날,

내 모른 척 그대 꽃 피우는 걸 바라본 그날이

마지막이던가요?

아님, 몰래 흘기던 눈빛이 그리도 아프셨나요.

사랑을 고백하고 외롭다고 합니다.

감사를 고백하고 괴롭다고 합니다.

잘못을 고백하고 당돌합니다.

눈먼 공방에 아무것도 보지 못함이지요.


낮은 곳에서 불었을 바람에

다시 돌아온 자리,

그대가 피운 빨간 꽃망울은 사라지고

마른 풀씨만

고운 햇살에 흐느끼네요.

아침이면 짐승 된 허우적거림,

당신의 뒷모습에 익숙해진

오만한 경외던가요,

혹은 그대의 또 다른 꽃핌이던가요?


작가의 이전글돌 십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