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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기도

들여다본 삶

by 최국환

기도가 하루 만에 무너져 내려도 할 말이 없었다.

내 안에서만 머물던 연약함에 빛은 고사하고 어둠을 헤맨 지 며칠째,

나비처럼 귓전을 스치는 한마디

"그 어둠 속 어딘가에 그댈 위한 한 송이 꽃이 피고 있음을 정녕 모른단 말이던가?"





-첫 기도.-



풀 한 포기 없던 산등선 너머

쉽게 무너져 내린 붉은 태양,

그 옛날 그건 불기둥이었다.


삶은 단순했지만 행동은 복잡해야 했고

길은 명료했지만 걷는 자들의 꿈은

길가,

굶주림에 익숙한 짐승들의 먹잇감


기도랍시고 웅얼거리는 입 조림에

슬픈 고백이,

오늘이 마지막이라 흘린 눈물이 가소롭다


뚜렷한 무엇 하나 기억나지 않은 지금,

하나만 기억하자

어디선가 바람 불 것이고

내 모르는 언젠간

날 위로해 줄

꽃 한 송이쯤 피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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