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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꽃으로

돌아본 삶

by 최국환


시간이 익을수록 삶의 동반자가 되어준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고운 시절, 날 위해 피어준 꽃이 어느덧 새벽빛 서리머리로 내리고


분명, 거친 숨으로 피었음을 알기에

그 피움을 책갈피에 고이 간직하기로 한다.




-절반의 꽃으로.-

날 선 바람이

행여 그댈 떠밀지라도

칼날로 세워진 내 품 안,

결코 피우다만 꽃망울로 남지 마시길!

피멍 든 꽃들이 세상 물들이고

주변의 모든 것이 망가진 것을 알았더라면

내 몫으로 반쯤만 피질 그랬소?

나머지 절반은

그리움조차 닿지 않는 곳,

처음 꿈꿨던

반짝이는 별꽃으로 필 것을

누군가 다가온다는 건 아주 떨리는 일,

어떤 이는 내 삶을

의미 없는 페이지로 훌쩍 넘겼을지라도

그댄, 책갈피에 남겨진 눈물로 힘들게 피어났기에

사랑하는 이여!

긴 어둠 지나 아침을 맞는 찬란함으로

조금만 덜 피우지 그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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