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곶이집 ep. 16
전체 주택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파트
한국인의 절반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유독 아파트가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경제성이다.
우리나라에서 건설되는 아파트의 상당수는
가변적 공간 구성이 가능한 라멘구조보다는
벽식구조를 채택해 층고를 낮추고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줄여,
보다 빠르게, 보다 많이,
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짓는다.
건축법과 주택법에서 정하는
최소한의 천장고(2.1m)를 가이드로
거주환경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단독주택도 천장고를 높이면
건축비가 상승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파트에 비하면 그리 부담스러운 비용은 아니다.
천장의 높이가 사람의 사고에 미치는 영향이
확실히 있는 만큼
다양한 높이의 공간을 만드는 것은
단순히 멋지다는 느낌을 넘어서
기능적으로도 중요한 부분임에 틀림없다.
더군다나 협소 주택과 같이 바닥 면적이 작아,
답답해지기 쉬운 공간일수록
수평적인 공간 분할뿐만이 아니라
수직적 공간감과 깊이감,
심리적 안정감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높은 천장은
계절마다 냉난방 효율 측면에서 장단점이 있지만,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처럼
모든 공간이 일정한 높이를 가진 공간일 필요는 없다.
취향이 반영된, 남들과는 다른 집
강남권의 고급 아파트들이
높은 천장고, 듀플렉스 등을
마케팅 요소로 삼는 것과 같이
2.3m 천장고를 가진 공간의 공식은 깨진 지 오래고,
코로나 이후, 시대의 흐름과 시장의 욕망에 맞춰
공간은 계속해서 진화하며 움직이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아파트에 살면서
공간의 질과 밀도에 대한 인식의 변화,
남들과는 다른 삶을 선호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돌곶이집은 좁은 바닥면적을 생각해보면
주택으로서는 꽤 높은 천장고로 계획되었다.
2.7m로 계획된 1층은 거실 겸 주방으로
개방감이 있으면서도 적정한 생활의 공간
4.2m로 계획된 2층은 침실로 쓰이는 로프트(다락)
2개층 높이의 오픈된 공간을 가진 마루
이런 작은 집에 4m나 되는 커튼을 달아주러 오셨던
커튼집 사장님도 당황해했던 우리 집의 공간 구성은
보편적인 공간보다는
작지만 개방적이고
깊이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
공간을 완성하는 방법은
색과 재료, 소리와 향,
공기의 온도와 밀도 등 여러 가지가 있다.
TV를 잘 보지 않아 음악을 듣는 일이 많은 우리는
높은 천장을 가진 깊이감 있는 공간에서 듣는
소리의 울림을 특히나 좋아한다.
TIP
성북동에 있는 리홀 뮤직갤러리는 꽉 찬 사운드와 특유의 공간감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멋진 곳입니다.
메이어스-레비(Joan Meyers-Levy)와 줄리엣 슈(Juliet Shu)가 쓴 실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낮은 천장에서 집중력이 필요한 문제를 더 잘 풀었고, 높은 천장의 공간에서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필요한 문제를 잘 풀었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속설로 전해지던 내용이 실험에 의해서 입증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