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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architects Jan 26. 2021

세상에 하나뿐인 우리 집 세면대

돌곶이집 ep.23

돌곶이집에는 우리가 디자인하고 만든 가구들이 있다.


컨셉 스케치를 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물성과 그에 맞는 재료를 찾고,

작은 집에도 어울릴만한 사이즈를 정하고,

꼭 필요한 것인지,

각자 15년 동안 함께 했던 다른 물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지,

3D 모델링을 해서

집안 곳곳에 배치를 하고 난 후에야

서로의 디자인 피드백을 거쳐 제작에 들어갔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콘크리트로 만든 세면대였는데,

형틀을 만들고, 시멘트를 섞어 붓고,

양생을 기다리고,  물이 새지 않도록 발수 처리를 하고,

액세서리(팝업 드레인, 스토퍼, 스트랩, 수전 등)를

구입해서 설치하는 등,

작은 세면대를 완성하기까지

많은 과정과 시행착오가 있었다.



시중에 파는 기성품을 설치했다면,

훨씬 짧은 시간과 적은 비용이었을 텐데,

전문가도 아닌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비경제적인(?) 방법으로

작은 세면대 하나를 제작했을까?


아마도 세상에 하나뿐인,

우리만의  것을,

우리가 좋아하는 색깔로

창조하고 싶은 열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인 콘크리트



우리는 콘크리트가 가진 고유의 특징과

자유분방함에 매력을 느꼈다.


벽돌이나 나무, 철이나 유리와 달리

결과물을 쉽게 유추할 수 없고,

형틀의 재료와 형태에 따라, 시멘트와 물의 배합비율,

골재의 종류에 따라

원하는 모양으로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

형틀을 떼어내기 전까지는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의 미학,

거칠면서도 원초적인 느낌,

그러면서도 섬세한 물성을 표현할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돌곶이집 세면대는

가로 55cm, 세로 55cm의 정사각형으로

사이즈가 일반적이지도 않았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기 어려워서

직접 제작을 하게 된 상황이었지만,  

콘크리트라는 재료의 물성에 관심이 많았던 시기에

간단하게 만들어봤었던 디자인 소품들 때문에

밑도 끝도 없는 용기가 생겼던 탓이기도 했다.


신발장, 수납장, 네온사인 조명,

라운지 테이블, 유리 식탁, 싱크대를 비롯해서

직접 거푸집을 짜고

콘크리트를 부어 만든 세면대와 우편함까지

어느 것 하나 사연 없는 것이 없고,

우리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들이 없다.


일련의 모든 과정들로 인해 이사를 하고나서

3개월은 식탁 없이 종이박스에 밥을 차려먹긴 했지만,

그러한 가구들로 집을 채워나가는 일은

우리 부부가 각자의 깊은 성향을 파악하고,

조율해 나가는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TIP

보통의 콘크리트 세면대는 UHPC라는 초고성능 콘크리트로 만들어집니다. 다양한 색상과 표면처리로 인테리어 가구제작에도 많이 쓰이며, 일반 콘크리트보다 공극이 적고, 강도가 높아 물 쓰는 공간에서의 활용도 또한 좋고, 유동성이 좋아 다양한 형태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http://instagram.com/dolgoji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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