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logue 005
한 손에 쥘 수 있는 검은 돌처럼 우리는 작고 까맣고 귀여운 것들을 좋아한다.
작다는 것은 생선이나 배추를 사고 팔 때 쓰던 한 손, 국수나 실따위 뭉치를 세는 한 사리, 두 팔을 둥글게 모아 모든 둘레 안에 들 만한 분량을 세는 한 아름처럼 감당할 수 있는 범주의 것,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는 상태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 것이 가진 가치나 의미는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 작은 것은 기민하면서도 사랑스럽다.
까맣다는 것은 단순히 색을 말한다기보다 비어있는 여백, 번짐이 있는 경계, 그윽한 장막과 같은 검은빛을 뜻한다. 이를테면 오래된 나무가 드리우는 음영, 달빛 어린 밤, 검은 산자락에 걸린 새벽 운무처럼 잘 드러나지 않으며, 깊은 바다와 같은 고요함과 잔잔함이다.
귀엽다는 것은 의도치 않게 발견되는 미감, 정교하지 않은 점, 선, 면이 만들어내는 반복과 변주에 관한 것이다. 관찰하지 않는 이에게는 보이지 않는 사소하고 하찮은 것, 쓸모없이 아름다운 것, 아니다 싶으면서도 이상하게 끌리는 매력, 평범함의 범주안에서도 최고로 평범한 것을 발견하게 되면 우리만의 찬사인 귀엽다는 말을 한다.
아내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해태상은 정말 귀여워. 상징과는 다르게 적당히 못생겼달까? "
남편 "적당함이 주는 편함과 애호인 것 같아.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 딱 그 정도의 표현과 친밀감"
작고 까맣고 귀여운 것들을 좋아하는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 더 많아지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우리와 더 가까워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