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logue 003
우리는 단순한 것이 아닌, 특별하지 않은 것들을 좋아한다.
그런 것들은 넘쳐나는 이미지, 디자인, 제품, 컨텐츠들 속에서 눈에 잘 띄는 법 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켜오며 오랜 시간 진화하다가 결국에는 본질에 부합하는 형태로 살아남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화려하거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이미 있어왔고,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것들의 평범함과 적정함. 그런 것들 속에서 발견되는 보통의 미감이라는 것은 좀처럼 설명하기도 힘들고, 누군가의 공감을 얻기도 힘든 일이지만, 특별하게 디자인되지 않은 사물들은 다르게 이야기하면 쉽게 대체될 수 없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양한 층위의 맥락과 생각을 사물화 하는 건축의 과정은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종이 위에서 시작하는 일이 없고, 건축가의 숙명과도 같은 설득의 과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언어를 더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도구로 확장되기도 하고, 공감할 만한 언어와 텍스트, 스케치, 모델링, 이미지, 영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아내 "이거 어떻게 생각해?"
남편 "음 - 글쎄, 다시 한번 보자 “
선 하나를 긋는 일조차 조심스럽고,
고민 끝에 그어진, 선 하나에도 할 말이 많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
불필요한 기교 없는 형태와 기능은 우리 작업의 근간을 이룬다.
평범한 재료, 잘 그어진 선 하나에서 의미를 찾고 고민하는 과정은 너무나 평범해서 오히려 비범한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