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Narratives

작은 집에 대하여

by BE architects

현대 사회의 복합성은 삶을 더 작고, 직관적이고, 가볍게 만들었다.

작은 집은 공간을 최소화하고, 물건의 효율적인 수납이라는 관점에서 소개되기 마련인데, 이런 현상들을 접하게 되면 조금 불편한 마음이 든다. 사실, 그 이면에 있는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오두막집_Thoreau’s cabin

월든_walden의 배경이 된 매사추세츠주 월든 호숫가의 오두막은 가로 3m, 세로 4.6m로 약 4.2평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오두막이다. 현관을 열면 왼쪽에는 침대, 침대 옆 벽에는 옷 한 벌과 모자를 걸 수 있는 고리, 현관 오른쪽에는 작은 창, 그 창 아래 소로_Henry David Thoreau 가 집필할 때 쓰던 작은 책상과 의자가 있다. 마지막으로 현관의 맞은편에는 벽난로와 의자 하나가 있다. 미국의 어느 용감한 젊은이는 인생을 뜻대로 살아보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다.


르 코르뷔지에의 카바농_cabanon de Le corbusier

카프 마르탱에서 해수욕을 하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르 코르뷔지에_le corbusier 의 통나무집은 가로 3.66m, 세로 3.66m 정도로 4평 남짓한 공간이다. 직접 그린 벽화로 장식된 현관, 현관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침대와 사이드테이블, 그 맞은편에는 지중해를 조망할 수 있는 작은 창, 그 아래 서로 마주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테이블이 있다. 꽤 오랫동안 휴가를 보냈던 이곳에 아내를 위한 오두막을 지은 건 60세가 넘어서였다. 같은 시기 완성된 롱샹성당은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퇴계이황의 도산서당

퇴계 최후의 거처는 도산이었다. 스스로 집 모습을 궁리하고 도면을 그렸다는 도산서당은 방 1칸, 마루 1칸에 부엌 1칸이 딸린 3칸 집이었다. 방에는 고서 천여 권을 좌우로 서가에 나누어 꽂았고, 화분 하나, 책상 하나, 벼루 하나, 지팡이 하나, 침구, 돗자리, 향로, 혼천의를 두었다. 남쪽 벽 위에는 가로로 시렁을 걸어 옷상자와 서류를 넣는 상자를 두었고, 이 밖의 다른 물건은 없었다. 한 칸의 길이는 2.4m, 면적으로 치면 1.7평, 2칸집은 3평이 조금 넘는 작은 집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 집의 공통점은 집의 크기가 아닌 삶과 철학에 있다. 제한된 공간에서 더 나은 삶을 실천하는 방법, 앞으로의 삶과 공간에서 마주하게 될 또 다른 해법은 덜 짓고 더 사는 방식과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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