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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ias Feb 05. 2024

뇌의 주인은 바로 나!(2)

안전심리 5 : 신입사원의 뇌는 완벽했다.

나빛나 님에게 뿜어져 나오는 신입사원의 환한 기운이 사라졌다. 나빛나 님은 원하는 회사에 비전을 갖고 입사해서 처음엔 멋모르고 그저 좋았는데 6개월 정도 지나고 나니 기운이 빠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이유는 모르지만 의욕이 없으니 재미있는 것도 하나도 없다. 우울증이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원해서 들어온 회사이건만 내가 있어야 될 자리가 아닌가 의심도 들고, 일을 하고 있긴 한데 별 의미를 찾을 수가 없다. 내 인생에 이런 우울감은 처음이다. 계속 이렇게 있다가 진짜 우울증 환자가 되는 건 아닐까? 어서 빨리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이라도 떠나 우울에서 벗어나야 되는 건 아닐까? 아냐, 1년은 버텨야 퇴직금이라도 나오고 그 돈으로 여행을 갈 수 있어. 이 참에 상담을 한 번 받아볼까?


우울증을 의심하며 병원에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걱정하시는 분에게는 MMPI를 실시하곤 합니다.  

* MMPI(Minnesota Multiphasic Personality Inventory)는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심리검사 중 하나로 성인의 성격과 정신병리의 표준화된 심리측정 도구이다.

일단 객관적으로 자신의 힘든 정도가 정상 범주인지를 확인하고 나면 우울증을 의심하는 불안한 마음이 안정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통계적으로 이상치에 해당된다면 이에 맞는 상담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고요. 우울증 수준의 이상치가 나오는 경우에도 반드시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되는 건 아닙니다.


나빛나 님의 MMPI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어요.

2번(D) : 우울증 척도 상승 / 9번(MA) : 경조증 척도 저하 / 0번(SI) : 사회적 내향성 척도 상승

척도 결과로만 보면 눈에 띄게 우울한 상황임이 틀림없었어요. 에너지 수준도 확연히 저하되어 있고 사회적으로도 위축되어 있는 상태였고요. 이때 추가로 필요한 검사가 뇌파검사입니다. MMPI는 자기 보고식 검사이기 때문에 주관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우울이고 그 우울감으로 인해 힘든 상황인 것은 맞아요. 그렇다면 나빛나 님의 뇌도 실제로 우울할까요? 본인이 느끼는 정서와 뇌의 상태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상이한 결과에 따른 개인의 해석이 중요하기 때문에 뇌파검사를 실시했어요.


나빛나 님의 뇌파검사 결과는 아래와 같았어요.

집중력 저하, 각성 수준 보통, 우울성향 없음, 좌/우뇌 균형 good!

* 뇌파(EEG: Electro Encephalo Graphy) :두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들의 전기적 활동을 두피에서 전극을 통해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전기신호.

* T점수 : 원점수를 평균 50, 표준편차 10인 표준점수로 변환한 점수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은 뇌 전두엽과 변연계의 기능 저하와 불균형에 관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전두엽은 판단, 사고, 계획, 억제 등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는 뇌 기관이고 변연계는 충동, 수면, 섭식, 기억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뇌파는 인간의 뇌 활동 상태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데, 일반적인 사람의 뇌파를 측정해 보면 전두엽에서 알파파(휴식, 이완의 뇌파)가 좌뇌보다 우뇌에 다소 우세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은 좌뇌의 알파파가 우뇌보다 높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고 해요. 좌우뇌의 차이가 10% 이하인 경우는 정상범위로 보고, 10% 이상의 차이가 있는 경우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보고 세심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나빛나 님의 뇌파결과에서 우울감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어요. Alpha Balance에서 0.00으로 나와 알파파가 좌뇌와 우뇌에 균형 잡히게 나와주고 있네요. 나빛나 님이 마음은 우울하고 힘들지만, 뇌 상태로 본 우울감은 전혀 없는 완벽히 편안한 뇌로 나왔어요. 물론 집중력은 저하되어 있지만 현재 마음이 안정되어 있지 않으니 일시적인 상태로 추측됩니다. MMPI와 상이한 뇌파검사 결과에 저는 순간적으로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나빛나 님이 "뭐야, 뇌파 검사 엉터리네. 나는 이렇게 힘든데 정상이라고? 내가 엄살이라도 떤다는 건가? 말도 안 돼. 안 믿어요" 같은 반응을 하면 어쩌나 하면서요.


나빛나 님의 반응이 어땠냐면요? 얼굴의 암울한 표정이 확~밝아지면서,  

"너무 다행이에요, 선생님. 얼마나 걱정했다고요. 진짜 뇌까지 이상하게 나오면 어떡하지 하면서요. 선생님! 저 이상한 거 아니죠? 약 안 먹어도 되지요?"

저야말로 한시름 놓았답니다. 

"정말 다행이지요? 빛나 님이 지금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많이 힘들지만, 빛나 님의 뇌는 여전히 건강하네요. 하긴 몇 개월 힘들었다고 뇌가 변한다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빛나 님의 뇌는 준비하고 있네요. 다시 의욕을 갖고 생활하기를... 너무 오랫동안 처져 있으면 뇌가 그런 모습이 익숙해져 빛나 님을 원래 쳐진 사람으로 알고 우울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고 할지도 몰라요"

"맞아요, 선생님. 저 힘든 건 맞지만 한번 이겨내 볼게요. 내 뇌가 이렇게 건강할 때 시도해야죠. 계속 처져 있으면 뇌도 힘들 것 같아요"


나빛나 님은 힘을 내었고, 신입사원으로서의 위기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회사생활에 잘~적응해 나가고 있답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본인이 자신을 이상하다고 의심하면서도 타인이 "당신, 이상한 사람이야"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쁘지요. 자신이 그토록 힘겨워하면서도, 좀 사이코라고 생각하면서도 심리검사에서 정상이 아니라고 나오면 그럴 리가 없다고 거부도 많이 합니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괜.찮.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합니다. 내가 힘들어도 이상은 아니라고,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자기 보고식 검사는 본인이 정말로 열심히! 목적의식을 가지고 임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우기는 분들도 종종 있어요. 우울증으로 나오면 '내가 우울하게 반응했으니 당연하다' 하면서 본인의 의도된 반응이라면서 믿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뇌파의 경우, 자신의 의지대로 나오지 않으니 오히려 잘 믿으시는 것 같아요(물론 가끔 명상을 잘하시는 분들이나 진짜 도인의 경지에 오르신 분들은 알파파 비율을 잘 조절하시기도 합니다만...ㅎㅎ).


신입사원들의 뇌파는 대개 완벽하더라고요. 아주 예쁜 프로파일을 보여줍니다. 아무래도 젊은 패기가 있어서 그런지 어려운 일이 오면 마음의 동요가 커서, 알파파의 비율과 우울성향의 그래프에 변화가 크게 오기도 합니다. 일시적으로 롤러코스트를 탄 것처럼 큰 흔들림을 보입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일시적으로 온 변화는 마음가짐이나 환경을 조금만 바꾸어도 금방 제자리로 돌아가니까요. 뇌는 참 신기합니다. 내 습관만, 태도만 바꾸어도 내가 원하는 대로 따라온다니까요. 문제는 자신의 손 쓸 수 없을 때까지 모르는 척 방치하는 경우예요. 나를 돌보지 않고 내팽개치거나 회피하는 경우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뇌가 오히려 내 주인이 되어 나를 구속하게 됩니다. 나에 대한 충분한 관심과 케어만 있다면 뇌는 날 구속하지 못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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