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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ias Feb 21. 2024

뇌의 주인은 바로 나!(5)

안전심리(7)- 난 치매가 아닌데...

함께 오랜 세월을 지낸 70대 부부를 만났습니다. 상담을 신청한 분은 아드님인데, 부모님이 하루가 멀다 전화해 하소연을 하시는 통에 본인이 휴대폰 벨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네요. 어머니는 "느희 아빠가 치매여서 같이 살 수 없다. 네가 첫째 아들이니 입원을 시키든, 약을 먹여 치료를 시키든 해봐라. 이러다 어미가 화병 나겠다" 하시는 하소연에 지쳐가고 있답니다. 친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그런가 어머님은 유전인 것 같다며 더 조바심을 내신다고 합니다. 


아버님의 뇌파검사 결과는 아래와 같았다.

모든 수치가 정상의 범주에 들어가서 크게 문제 삼을 만큼의 결과는 아니었어요. Alpha  Peak 8.2로,  Alpha파 비율 7.4% 로 두 수치 모두 높지는 않지만 정상 수준으로 나왔고요. 심박수변동성, 스트레스저항도, 단기스트레스 수치도 모두 T-score 40~60로 양호하게 나왔습니다. 우리들 문제는 대부분은 타인과의 비교에서 비롯된다고 하는데, 이번에도 그런 듯합니다. 아버님의 결과가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님의 뇌파 결과가 문제였다고나 할까요?

 

아버님 결과 : Alpha  Peak 8.2Hz,  Alpha파 비율 7.4%

어머님 결과 : Alpha  Peak 11.3Hz,  Alpha파 비율 43% 


Alpha  Peak는 인지적 활성화 정도를 나타내며 나이가 들면 조금씩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서, 70대의 경우 8.2Hz라는 수치가 이상하지 않습니다. 반면 어머니의 11.3Hz는 통계상 나이에 비해 무지하게 좋게 나온 수치입니다. 실제 활동도 젊었을 적 못지않게 왕성하시답니다. 봉사활동, 밭일, 친구들과 관광하기, 새로운 것 배우러 다니기 등등 시간이 모자라신다네요. Alpha  Peak는 젊은이(기준이 모호하네요... 20~30대로 생각하지요^^)들은 10Hz 전후가 보통이며, 연세가 들어서 치매가 심해지게 되면 6.5Hz까지 내려간다고 합니다. 70대임에도 20대의 인지적 활성화 수준을 유지하고 계신 어머니의 입장에서 볼 때, 아버님의 인지적(뇌) 활동이 많~이 느리게 느껴지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버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무지하게 억울합니다. 친구들을 보면 자신과 비슷비슷합니다. 잘 잊어버리고, 기억도 가물가물 할 때도 많고, 젊은 시절처럼 빠릿빠릿하게 머리가 돌아가는 것 같지 않네요. 나이 들면 이 정도는 봐줘야지~내가 어찌 치매냐? 난 정상이다!라고 생각하시는 거지요. 그런데 아내가 자꾸만 치매라고 하면서 자녀들에게 전화를 해서는 자신의 흉을 보니까 너무 화가 나신답니다. 아내가 자신을 환자취급하면서 무시하고 괜히 화를 내고 한숨을 푹푹 쉬는 모습을 보면 자신이 초라해지고 자꾸 우울해지는 거예요. 그러다 혹시나 진짜 치매가 아닐까 걱정이 되어 사람들 만나기를 꺼려하게 되고 혼자서 있는 게 점점 더 편해지셨데요. 단어도 빠르게 생각나지 않아 말이 어눌해지니까 입도 다물게 되고요. 아내에게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오히려 화를 내면서 아내를 윽박지르고요. 하라는 일은 일부러 안 하시기도 하고 못 들은 채 하기도 하신다네요. 노부부의 싸우는 에너지가 젊은 부부 못지않을 정도입니다.


우선, 어머님과 자녀분들에게 아버님이 뇌가 정상의 수준이라고 강조하여(^^) 설명을 드리고 어머님의 뇌 상태와 비교될 경우 오해의 소지가 충분히 있음을 말씀드렸어요. 몇 번을 말해도 못 알아듣고 자꾸 잊어버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버님의 귀가 잘 안 들리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귀찮으시더라고 천천히, 짧게 말씀드리고 아버님께서 확실히 들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어요. 어머님은 본인의 잣대로 남편을 치매라 속단하고 구박한 것이 미안하다고 하셨어요. 어머님이 아버님의 언행에 조바심이 나고 재촉하고 싶어도 '맞아. 나의 뇌가 너무 빠른 거야, 남편이 보통 수준인거지~' 하시며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아버님을 대하기로 하셨고요. 아버님은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과 미안함을 괜히 어머님께 화풀이하거나 심통(어머님이 하라는 것 일부러 안 하기 ㅎㅎ) 부리시지 않고 좀 더 부드러운 남편이 되도록 노력하기로 약속하셨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소식이 들려왔어요. 부부사이가 좋아지셨다고요.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 처음 글을 읽으시는 분들을 위한 뇌파검사 Tip!

1. Alpha  Peak : 인지기능 활성화 정도를 뜻함. 8~12Hz면 정상 수준. 높을수록 직무 효율이 좋을 수 있음.

2. Alpha파 비율 : 심신이 편안한 상태. 높을수록 회복탄력성이 높을 수 있고 긍정적이며 즐거움.

3. HRV : 심박수 변동성(HRV: Heart Rate Variability)은 하나의 심장 주기로부터 다음 심장 주기 사이의 미세한 시간 간격의 변화. 심박 간 간격이 얼마나 큰 변동성을 띄는지로 측정함.

4. SDNN(스트레스저항도) : 외부 자극(스트레스요인)에 대한 저항의 강도를 나타냄

  50이 평균이고 낮을수록 스트레스 저항도가 매우 낮아서 무기력할 수 있음

  70 이상이면 스트레스 저항도가 매우 높아서 예민할 수 있음

5. LF/HF(단기스트레스) : 단기간 받은 스트레스를 뜻함(하루에도 여러 차례 변할 수 있음)

  50 평균이고 낮을수록 부교감신경의 활성화로 에너지 수준이 저하된 상태일 수 있음

  높을수록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불안정한 상태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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