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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콩마음 May 08. 2023

잘하는, 하고 싶은, 해야 하는 일 2

두 번째 이야기 - 내가 하고 싶은 일

                                                                                        사진: Unsplash의 Mary J. Friedrich



내가 하고 싶은 일


20대 초반에 만나 결혼을 한 우리는 어느덧 숫자 '5'를 앞세운  중년의 끄트머리에 서 있다. 

곧 다가올 노년을 바라보며.

노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니 새삼 몇 살부터 노년기에 해당되는지 궁금해졌다.


국제적으로 공용되는 노년기의 연령기준은 65세 이후로 심신의 활동이 쇠퇴하기 시작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로 인생의 최종단계를 말한다. 노년기의 시작 연령으로 간주되어 온 65세는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은퇴 연령이었으며, 사회보장제도의 퇴직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이다.


지식백과에서 찾은 노년기에 관한 정의를 읽다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라는 말에 잠시 먹먹함이 느껴졌다. 건강한 몸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 나갈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생각에 작은 한숨이 나왔다.


나보다 한 발 앞서 노년기를 바라보고 있는 남편은 요즘 들어 자주 내게 이런 질문을 한다.

"당신은 우리 회사 정리하고 나면 뭐가 하고 싶어?", "뭘 배우고 싶다든지, 함께 해보고 싶은 거라든지 뭐 그런 거 없어?" 하면서 자신은 드럼과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세계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함께 춤을 배워보고 싶다고 끊임없이 쏟아낸다.

질문에 답을 하려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지만,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남편의 질문에 답은 하지 못하면서 '저 사람은 뭐가 저리 하고 싶은 게 많은 걸까?'라는 생각을 하니

그런 남편이 조금은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중고등학교 시절엔 하고 싶은 일보단 그저 빨리 대학생이 되고 싶었다.

억압된 생활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누리게 되리라는 막연한 희망 속에 대학생이 되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나 보다. 하지만 막상 대학생이 되고 보니 줄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던 하고픈 일들은 생각으로만 반짝였고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은 채 일상 속으로 묻혀갔다.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깊은 후회가 든다. 젊음이라는 청춘의 시기에만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놓쳐버린 느낌이랄까.

예전에는 '뭐 그냥 이렇게 살아도 되지. 하루하루 내게 주어진 일 하면서 그냥 살면 되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노년의 시기가 코 앞에 닥치니 조급함 때문일까  뭔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후회를 하면서도 똑같은 삶을 살아간다는 건 더 큰 후회를 낳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여행을 떠나자

많은 여행을 해보지 못한 나의 삶이었다.

친구나 지인의 여행계획을 들으면 부럽다, 좋겠다를 연발하면서 정작 내가 가려고 하면 미루게 된다.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때문인지, 귀차니즘 때문인지 나의 여행은 늘 타의에 의해서였다.

이제 내 의지로 떠나보려 한다.


허리통증 때문에 오랜 시간의 비행은 못하는지라 국내여행부터 시작해 봐야겠다.

가 본 곳은 한번 더 가고, 가보지 못한 곳은 찾아서 가야겠다.

말 잘 통하고 입맛 걱정 안 해도 되니 얼마나 편한 마음이랴.

그런 다음 멀지 않은 곳으로 해외여행을 시도해 봐야겠다.


그동안의 나의 여행은 매년 가을 미국 사는 언니네 가족이 한국에 들어오는 시기에 맞춰 엄마와 동생과 함께 떠나는 온 가족 여행이었다.  

모두가 함께해서 좋은 여행이었지만,  '남편과 '나' 우리 둘만의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던 것 같다.

계절도, 날짜도, 장소도, 먹거리도 우리 둘이 정한 대로 , 행여 정하지 못했다면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가다가 마음이 동하는 곳에서 머무는 그런 자유로운 여행을 떠나고 싶다.

아름다운 자연에 감동받거나, 맛있는 먹거리에 감탄하면서, 홀로 계신 엄마와 직장 생활하느라 지쳐 있을 사랑스러운 딸아들을 떠올리리라. 

함께 나누고픈 마음에 '같이 왔으면 좋았을걸' 하고 후회도 하겠지. 그리고는 '다음에는 꼭 함께 와야지'하고 기약 없는 다짐도 해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둘만의 여행을 떠나고 싶다.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우리가 함께 해 온 지난날들과, 함께 해야 할 날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자주 나눠왔던 익숙한 대화이지만 낯선 곳에서의 그것은 또 다른 느낌이리라.


*나다운 글을 쓰자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늘 무언가를 끄적거린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울림이 있는 단어나 문장이 들어오면 노트에 적어놓기도 하고, TV 속 질문에 휴대폰을 꺼내 나의 마음을 기록해 두기도 한다. 그리고는 오래 지나지 않아 노트와 휴대폰의 메모를 보고 글을 써 내려간다. 이런 나의 행동은 어느새 나의 습관이 되어버렸다. 

메모하고 생각하고 정리하면서 나만의 글을 쓰고는 있지만, 가끔은 다른 사람들의 글에 소심해지기도 한다.

창의성과 다양성에 '인정'의 고개를 끄덕이고, 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지는 글을 대하면 그 깊고 넓음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나의 글들이 너무도 작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내 나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나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래, 부족하고 모자라도 그게 나다. 

이렇게 계속 글을 쓰다 보면 그 부족함마저도 느낌 있는 한 조각이 되어 나의 글을 채워주겠지.

잘 쓰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나다운 글을 써나가고 싶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작은 바람.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내 맘속에서 조금 더 많이 꿈틀거려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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