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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콩마음 Jun 27. 2023

어머니 제발 그만!!

                                                                                        사진: Unsplash의 Caleb Woods



그날 나는 쇼핑몰 식당가에서 저녁을 먹은 후 주말 장을 보기 위해 하행선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3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크게 돌아서 걷는 사이 내 앞에 한 가족이 올라탔다.

5~6살 정도로 보이는 예쁜 여자아이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고개를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여가며 동요를 부르고 있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을 돌아다니다 보면 주변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거나 혹은 춤을 추며 작지 않은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고만한 또래의 아이들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얼마나 행복하면 노래와 춤사위가 절로 나올까 생각하고 있는 순간 갑자기 뒤돌아본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재밌는 건 나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는 여전히 몸은 흔들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눈웃음을 지어 보인다.

우와 세 가지가 동시에 가능하다니. 꼬마 멀티태스커(multitasker)다.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나 역시 행복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비록 엄마, 아빠의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뒷모습만 보아도 행복해 보였다.


그. 런. 데.


엄마 : **아 우리가 에스컬레이터를 3층에서 타서 두 층을 내려왔더니 짠 1층이네~    

여기까지는 아이도 엄마도 활짝 웃는 표정이었다.


엄마 : 그럼 3에서 2를 빼면 몇일까요?

아이 : 엄마, 빵집은 몇 층에 있어요?


엄마 : 응 빵집은 지하에 있는데.. 3층에서 두 칸을 내려오니 1층이 된 거야. 그럼 3 빼기 2는 뭘까요?

아이 : 엄마, 우리 그 빵집 갈 거지?


엄마의 인상이 변해간다. 그 사이 에스컬레이터는 1층을 지나 지하 1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엄마 : **아 왜 엄마가 물어봤는데 대답은 안 하고 다른 얘기만 해? 엄마가 물어 본거 몰라?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하자 아빠는 쥐고 있던 아이의 손을 슬며시 놓더니 에스컬레이터 계단 하나를 내려가서 자리를 잡는다. 이 분위기에서 빠지고 싶어 하는 아빠의 마음이 뒷모습을 통해서 전해진다.


그 와중에 엄마는 기어코 답을 듣고야 말겠다는 듯 한번 더 질문한다.

아이는 엄마 손을 놓고 바닥만 쳐다본다.


지하 1층에서 내린 아이의 엄마는 아이 손을 잡고 에스컬레이터에서 조금 떨어져 자리 잡고 있는 대형 휴지통 옆으로 걸어간다. 아빠는 터덜터덜 그들의 뒤를 따라간다.

뒤이어 내린 나는 마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엄마는 아직도 휴지통 옆에서 계속 질문 중이다.


"3 빼기 2는 뭐라고?"


멀어져 가는 소리를 들으며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1이라고요 1!!!!!'


그냥 내년에 대답할 수 있게 내버려 두시면 안 될까요?


어머니 제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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