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으로 나란히

자매라는 선물 3

by 돌콩마음

사진: Unsplash의 Christina Winter



언니가 중학생이 되고 1년 뒤, 나도 어엿한 중학생이 되었다.


언니와는 달리 나는 운 좋게도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여자 중학교에 배정받았다.

우리 학교는 가톨릭 재단의 중학교였는데 교장선생님은 신부님이셨고, 몇몇 과목에 수녀님들께서 들어오셨다.

신부님과 수녀님들의 모습을 그렇게 가까이에서 뵐 수 있었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음악수업을 담당하셨던 엘리사벳 수녀님의 모습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중학교에 이어 성적에 맞춰 들어간 대학 역시 공교롭게 가톨릭 대학교였으니, 나와 가톨릭과의 인연은

내 삶에 그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 소중한 씨앗이 되기에 충분했다.

대학교 입학식날, 중학교 때 배웠던 그 성가들 중의 하나가 내 귀에 전해졌을 때 가톨릭신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뿌리는 나를 넘어서 부모님, 형제, 자식에게까지 뻗어나갔다.

중학교 당시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초등학교 졸업 무렵 내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꼬맹이였던, '앞으로 나란히'를 단 한 번도 못해봤던 나의 작은 키가, 중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목전에 두고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중학교 입학식.

교문을 들어서던 나는 감격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보다 키가 작은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와우~ 이런 날이 내게도 오는구나.

그 순간 나는 또 다른 희열에 소심하게 환호를 질렀다.

이제 나는 '앞으로 나란히'를 할 수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운동장에서 첫 전체조회가 있던 바로 그날,

나는 전교생이 모인 가운데 제일 앞 줄이 아닌 두 번째 줄에 서게 되었다. 뿌듯했다.

가슴이 콩콩거림을 느끼며, 나는 그토록 하고 싶었던 '앞으로 나란히'를 하기 위해 손을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교단 앞에 서 계시던 학년주임 선생님께서 입으로 마이크를 가져가시며 큰소리로 구령을 외치셨다.

설레었다. 나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전체~~ 차렷!"

떨렸지만 난 준비가 되었다. 손을 앞으로 뻗는 일만 남았다.


"옆으로~ 나란히!"


내가 잘못 들었나? 내가 너무 긴장해서 잘 못 들은 거겠지.


아니에요 선생님, '옆으로'가 아니라 '앞으로 나란히'라고 하셔야죠.

나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그 순간 기준점이 되는 한 학생을 제외하고 전교생이 손을 옆으로 뻗으며 일사불란하게 간격을 넓혀나갔다.


아.....


중학교에서는 앞으로가 아닌 '옆으로 나란히'였던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평생 '앞으로 나란히'를 해보지 못한 아이가 되고 말았다.




언니의 성장속도는 초등학생 때와는 달리 더디어졌다.

이와는 달리 나는 3학년으로 올라갈 무렵 한꺼번에 13cm나 자랐다.

언니와 몇 센티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키가 된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언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나만의 세상에 갇혀있던 나는, 조금씩 다른 세상에 시선을 두게 되었고 그 활동범위를 넓혀나갔다.


그리고 내게는 새로운 언니가 생겼다.

'보호자' 언니는 사라지고'친구 같은' 언니가 나타난 것이다


둘도 없는 친구. 나의 언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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