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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콩마음 Jan 30. 2024

겨울밤의 상쾌함을 선물로 받았다.

우리 부부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헬스장과 골프 연습실에 가서 운동을 한다.

함께 집을 나서 목적지에 이르면, 우리는 마주 보고 있는 각각의 문을 열고 서로를 향하여 손을 흔든다.

남편은 골프연습실, 나는 헬스장으로 입장해 각자 자신을 위한 운동을 하는 것이다.


사실 헬스장에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기계는 러닝머신이 유일하다.

퇴행성 관절염과 척추협착으로 하루종일 힘든 시간을 보내는 '나'이기에 모든 관절과 허리에 무리가 가는 기구는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다 하여, 의사 선생님께 추천받은 '살짝 빠른 걷기'를 실천하고 있다.




일주일 전 저녁식사를 마친 나는 여느 때와 같이 담요를 덮고 TV를 보고 있었다.

옆에 있던 남편이 "오늘 운동 갈 거야?" 한다.

늘 그렇듯 겨울 저녁 운동하러 나가는 일은 나를 깊은 갈등 속에 빠뜨린다.

걸어서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곳이지만, 이미 따스함에 적응되어 있는 내 몸은 그 따스함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날도 그랬고 결국 나는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오늘은 자기 혼자 다녀와~"

이런 나의 반응에 가지 않을 만도 한데 성실한 울 남편은 "다녀올게~"하며 집을 나선다.

담요와 혼연일체 되어 자유를 만끽하던 나는 휴대폰을 끌어당겨 브런치를 열었다.

많은 부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박수종 작가님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https://brunch.co.kr/@kamii69/139


아! 불현듯 몸속에서 무언가의 꿈틀거림이 느껴졌다.

곧장 작가님께 댓글을 남겼다. 저 헬스장으로 가요!


나의 게으름이 작가님의 글에 한방 맞았다.


시계를 보니 9시 임박한 시간이었다.

초스피드로 운동복을 갈아입고 냅다 뛰었다.

몸풀기 운동을 간단히 한 후 러닝머신에 몸을 맡기고 빠른 걸음으로 45분을 걸었다.

10시 2분 전.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헬스장은  10시 마감이다.

뿌듯함에 콧노래가 나온다.

맞은편 유리문을 통해 남편의 모습이 보인다.(골프연습실은 11시까지다.)

같이 가자 할까 생각했지만 왠지 혼자 걷고 싶은 기분이었다. 헬스장 마감시간에 마지막으로 퇴장한 이 특별한 기분을 오롯이 홀로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발을 갈아 신고 집으로 향하는 길,

시원하게 와닿는 겨울바람이 상쾌하기 그지없다.

집으로 올라오는 길, 박수종 작가님을 떠올리며 감사를 전한다.

상쾌한 밤의 물결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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