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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루 Dec 01. 2018

지금이 여성상위시대라구요?

성차별이 없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성차별? 그거 우리 부모님 세대에나 있었던 거지. 요즘 성차별이 어디 있어? 대한민국만큼 여자가 살기 좋은 나라도 없어. 세계적으로도 치안 강국이고, 요즘은 여성상위시대지. 대한민국에서 남자가 얼마나 힘들게 사는데!"


  ... 라는 말을, 나는 이제 그만 듣고 싶다.


  2년 전 즈음, 여성민우회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강연의 대상에 따라서 그날 강연의 목적이 달라지는데 대부분의 경우 '성차별은 존재한다'라는 걸 알려주는 게 목적이라는 말을 듣고 기함했던 나를 기억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기득권층"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 한다. 그 말이 삶을 살아오는 개인이 겪었던 고난들을 별 것 아닌 것으로 만들기라도 하는 것 마냥.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중심'에 속하기도 하고 '주변'에 속하기도 한다. 이성애 중심 사회 속에서 이성애자로 사는 사람이 동시에,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살고 있을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젠더적 관점에서 남성은 기득권층이다, 라는 말 역시 마찬가지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남성은 기득권이 아니며 성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단호하게 말해주겠다. 당신은 남성이기에 분명 이득을 보았다. 만약 당신이 똑같은 조건의 여성으로 태어났다면 누리지 못했을 것들을 누렸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성차별을 가장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예시는 주민등록번호다. 남성을 1로, 여성을 2로 표기하는 방식. 별 것도 아닌 걸 갖고 불편해한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 사실이 '별 것도 아닌 것'인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마치 이것이 정상적인 것처럼 굴어왔기 때문이다.


  당신은 1이었기에 여성과 같은 노동을 하고도 높은 임금을 받았고, 더 많은 승진의 기회를 노릴 수 있었다. 당신은 1이었기에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도 자신의 직업적인 목표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당신은 1이었기 때문에 성범죄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고, 외적인 조건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용모 단정'이라는 말이 남성에게는 청결 정도를 요구한다면 여성에게는 옅은 화장과 긴 머리, 굽이 있는 신발을 요구한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화장을 하지 않으면 예의가 없다고 받아들여지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고, 입술이라도 좀 바르라는 조언의 탈을 쓴 무례함을 상대해야 한다.


  흔히들 말하는 여성 전용의 무언가, 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린다면 다무는 게 좋다. 당신의 말은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근거가 될 뿐이다. '여성 전용 시설'이 대체 왜 필요한가에 대하여 생각해보아야 한다. '여성 전용 시설'의 존재는 여성상위시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이 범죄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다는 사실의 반증이며, 그 범죄의 가해자가 대부분 남자라는 뜻일 뿐이다.


  항상 그렇듯이 이분법적인 논리는 위험하고 단순이 여성과 남성의 갈등으로 성차별을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동시에 존재하는 차별을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성별을 이분해온 시스템은 무척이나 오랫동안 그 힘을 유지해왔고, 그 시스템 아래에서 일어났던 차별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시스템 자체의 개편이 필요하겠지만, 우선은 현존하는 차별에 대해서 인지하자.


  바야흐로 2018년.

  안타깝지만 아직도 성차별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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