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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리 Apr 28. 2024

최소한의 돈으로 살아남기

오늘은 기분이 좋다. 토요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출근하러 7시에 눈을 떴지만, 그전날 8시부터 숙면한 덕에 피곤하지는 않았다. 미국 온 지 석 달 정도, 드디어 생활도 조금 안정되고 있다. 일도 조금은 손에 익었고, 드라마 없이 이대로만 지속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수입을 시원하게 공개하려 한다. 나는 시급 $17을 받는다. 캘리포니아 패스트푸드 최저시급이 $20인 것을 감안하면 적은 금액이지만 인턴 중에서는 그냥 평균이다. 이전 회사에서는 $19.5 정도 받았었는데 업무 강도가 장난 아니었다. 지금은 널널하지만 돈은 없는 행복한 거지다.


세금을 300불 정도 떼고 나면 나에게 남는 돈은 $2700. 월세가 $1500이니까 1200불이 남는 셈이다. 이 중에 300불은 저축하고, 900불로 한 달을 산다. 한 달은 너무 광범위해 2주로 예산을 짜는 편이다.



Tracky라는 어플을 쓰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는 싸서 장을 보면 70불 정도 드는 편이다 (Food4Less에서 보기 때문에 더 저렴할 수도 있다). 커팅된 수박이나 Cantalope이 5불이니 과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고기도 10불 내외로 사고, 좋지 않은 습관이지만 저녁엔 라면을 먹어서 식비가 많이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 번은 친구를 만나고 그러면 밖에서 사 먹기 때문에 30-40불은 금방 없어진다. 북창동 순두부(BCD Tofu House)는 매일 웨이팅이 있을 정도로 핫한데, 갈비 정식이 30불 정도다. 물론 푸짐한 양이고 남으면 싸갈 수 있어서 나쁘지는 않지만 자주 갈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음식은 줄이려면 더 줄일 수 있는데 문제는 우버다. 차가 없으니 1분이라도 늦잠을 자면 기차를 놓치고, 하는 수 없이 우버를 타면 20불이 날아간다. 기차역에 도착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육교를 건너 반대편에 가야 하는 상황이라, 미친 듯이 계단을 오르고 있을 때 일찍 도착한 기차가 굉음을 내며 떠나버리면 느끼는 그 허탈한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10초만 기다려주지, 아니 10초만 일찍 일어날걸. 






솔직히 말하면, 나는 여유롭게 자랐다. 등록금은 부모님이 내주셨고 입사해서도 용돈을 받았으니 얼마나 걱정이 없었는지 알 것이다. 그렇게 미국에 왔고 도움을 또 많이 받았다. 그런데 이젠 내가 해야겠더라. 내가 선택한 곳이고 평생 있으려 한다. 고양이 두 마리도 데리고 왔다. 죽도록 일하고 아끼는 수밖에 없다. 비자 관련 변호사 비용이며 대학원 등록금이며 중고차며 돈 나갈 일 투성이니까. 돈이 정말 중요하구나, 이제서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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