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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리 Aug 02. 2022

바닥

전화가 왔다. 면접을 보자 했다. 인턴은 과제를 제출해야 한단다. 떨어진  알았는데. 연락이 왔단 사실에 설레 손까지 떨었다. 과제는 까다로웠다. 울분이 차올랐다. 공고엔 없었지만, 그래도 시키니까 해야지.


6일을 갈아 넣었다. 포기할까 고민도 했지만 그러면 나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았다. 면접 당일 몇 층으로 오라는 얘기가 없어 연락했더니 답장이 없었다. 20분 전 전화하니 1층으로 데리러 오겠다 했다. 면접은 3대 2. PT면접이라더니 일어설 공간도 없었다. 발표 후, 질문은 하나밖에 없었다. 이거 카피가 다른 거랑 똑같지 않냐.



면접은 30분 만에 끝났다. 25장짜리 기획서도 그렇게 끝났다. 사회는 냉철하다. 정규직도 아니고 전환형 인턴에 예기치 못한 과제를 내고 면접 보러 오느라 수고했다는 한 마디조차 해주지 않는다. 바라는 내가 바보인 걸까?


원하는 게 많지 않다. 채용 공고를 지키고. 면접 장소를 미리 안내하고. 면접 때 휴대폰 보지 않고. 면접비는 아니라도 수고했다는 한 마디 해주는. 다른 면접관이 질문하면 옆에서 실실 웃지 말고 진지하게.



업계에 대한 회의가 든다. 취업 교육도 더 이상 듣지 않는다. 매일 비슷한 얘기들. 나는 포기하지 않는 사람인데. 화살을 밖으로 돌리면 편하기라도 할 텐데 항상 나를 비난하기 바쁘다. 상담 28회째. 약 먹은 지 1년 반째. 효과가 있었나 싶다. 나아지긴 하나 싶다. 내일 또 면접이 있다. 준비를 별로 못 했다. 어렵게 잡은 기회인데. 나는 세상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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