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에 메니에르 증후군을 진단 받으러 가면서 인터넷으로 산부인과 진료 예약을 했다. 대학병원이라 대기가 많아서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진료 받는 데 두 시간씩 기다려야 된다. 예약해도 대기해야 하지만 그래도 한 시간이면 된다.
오늘 10시 50분으로 예약했는데 일,월,화를 미친듯이 일해서 어젯 밤에 몸살이 났다. 코로나인 줄 알고 키트도 찍었지만 아니었다. 그리고 약먹고 깊게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엄마가 집에 와있었다. 늦장피우다 나가서 택시를 타고 신관1동 2층 산부인과로 들어갔다. 다행히 사람들이 많진 않았지만 연령대가 다양했다. 신기할 정도로. 어디가 불편해셔 오셨나는 간호사의 말에 혹 제거 수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40분정도 기다리다 초음파 검사를 먼저 했다. 검사를 하고 나서 결과가 나온 후에 진료를 봤는데 혹이 커졌다. 선생님이 임신 계획이 있냐고 물었는 데 없다고 했다. 그럼 생리 양이 많냐고 물으셔서 그렇다고 했다.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많다고, 그랬더니 빨리 하자고 하시면서 수술 하기 전에 혹시 모르니까 빈혈 수치를 응급으로 검사해야 한다고 해서 채혈실에 내려가서 피를 뽑고 다시 올라왔는 데 정상이어서 수술 진행하기로 했다.
선생님이 추석 지나고 수술하자고 하셨는 데 내가 8월에 꼭 해야 한다. 지금 다니는 회사를 9월까지 일할거고, 10월에 퇴사 예정이라서 수술비 지원받으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그랬더니 선생님이 8월로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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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를 정하니 입원 예약과 수납과 검사들이 남아있었다. 응급으로 빈혈 검사를 했는데 채혈을 또 해야 했고(검사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소변검사, 심전도 검사, 입원예약, 수납까지 완료하고 나니 1시 30분이었다. 10시 50분에 갔는 데. 이래서 대학 병원 한 번 가면 진이 빠진다.게다가 검사 비, 진료비 다 합해서 오늘만 15만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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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자궁인지 난소인지 어디인지 잘 기억도 안 나는데 혹이 두 개가 있다.10년 전 복강경 수술을 하고 핏줄 하나가 잘린 채로 나와 응급으로 개복 수술을 했다. 눈 떴을 때 중환자실이었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해서 무섭다. 그 이후로 10년만인데도 그 고통과 기억은 어제 일 처럼 생생하다. 아프겠지. 그래도 그만큼 아프지는 않겠지. 죽을만큼 아프진 않겠지. 수액 매달고 피 매달고 양 손 양 발 네 군데 다 맞았던 기억이 나는데 그정도는 아니겠지. 걱정이 된다. 솔직히 말하면 무섭다. 무서워. 차라리 그정도로 아플거면 죽었으면 좋겠다. 끔찍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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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니에르 증후군 복용중인 약. 하루에 한 알씩 먹고 있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니까 해야지. 8월 9일에 입원해서 8월 10일에 수술 그리고 5일정도 입원했다가 퇴원할 예정이다. 그 다음주에 일이나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선 하고나서 보자. 이직을 바로 하려고 했는 데 몸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 수술 전에 메니에르 증후군에 먹는 약도 5일정도 끊어야 된다고 하니 더 걱정이다. 두통과 이명을 견딜 수 있을까. 얼마나 오래 살려고 이러는 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또 수술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이랑 비교하면 정말 적게 하는 수술일 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래서 나에게 중요한 게 과연 무엇인가 물어보면 역시 건강한 것, 그리고 하루 하루를 잘 보내는 게 최고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고 아플 때 마다 느낀다. 덧없이 사라지지만 최선을 다해서 하루를 살아내는 게 전부라고. 그것밖에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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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잘 보냈으면 됐다. 행복했으면 됐어. 그걸로 족해. 수술이 어떻게 되든 그것 또한 내 몫일거고, 어떤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겠지. 만약에 잘 못된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나쁘지 않았다고 말할 순 있겠다. 어쩌면 원하는 대로 될 수도 있으니까. 수술 하기 전에 미리 뭐 하나라도 써두긴 해야겠다. 별 일 없이 잘 되겠지만 그 안 좋은 확률이 내가 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으니. 어쩌면. 만에 하나라도. 그렇게 다짐하며 살아가니까.